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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지진조기경보, 미래 안전한국을 위한 '유산'(2021.03.18)

작성일 08-09 조회수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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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영삼굴(兎營三窟)’

 

토끼가 안전을 위해 세 개의 숨은 굴을 파 놓는다는 말이다. 안전에 대한 대비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사자성어이다. 재빨리 달아날 수 있는 빠른 발이 있음에도 안도하지 않고 부지런히 대비함으로써 소중한 생명을 지켜나가는 소생물의 지혜를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어떤 지혜로 스스로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을까? 비약적으로 발전해온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자연 재해 앞에서 인간은 약한 생명체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반복적으로 배워왔다. 예측이 불가능한 지진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지난 2월13일, 일본 후쿠시마 해역에서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하며 15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일본에서는 이를 10년 전에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의 여진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1년 3월11일,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였던 이 지진은 규모 9.0의 본진뿐만 아니라 5년간 규모 5.0 이상의 여진만 860여회가 발생하며, 근대지진 관측사를 새로이 썼다. 본진으로 방출된 에너지는 히로시마 원폭의 약 6억배에 해당하는 가공할만한 위력으로, 최대 40m의 지진해일을 유발하여 여의도 면적의 190배를 침수시키고, 1만5000여명의 사망자와 2500여명의 실종자를 발생시켰다.

 

동일본대지진은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었다. 지진 발생 후 수분 만에 울릉도와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 약 10㎝의 약한 지진해일이 발생하였고, 일본 남쪽을 거쳐온 지진해일이 제주도와 남해안에 최대 20~30㎝의 파고를 기록하였다.

 

동일본대지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유례가 없는 규모의 경주(2016년)와 포항(2017년)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진에 대한 국민 인식과 국가적 지진방재시스템을 한층 강화시키는 전환점이 되었다.


기상청에서 가장 먼저 추진한 지진방재시스템은 ‘지진조기경보체계’의 도입이다. 지진조기경보의 통보시간은 초기 50초이던 것을 현재 7~25초 이내로 줄였고, 올해는 이를 5~10초대로 더 단축시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시킬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진관측망을 확충하여 현재 265개 관측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유관기관 자료를 공동 활용하여 전국의 지진을 빈틈없이 감시하고자 노력 중이다. 규모 2.0 이하 미소지진에 대한 정보 공개와 사전 대응력 제고를 위해 한반도 지하단층을 직접 조사하고 데이터베이스화시키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생활 속 체감과 다소 거리가 있는 규모 기반의 지진정보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국민이 체감하는 정보인 진도 기반의 지진정보도 개발하여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지진은 발생시기와 규모, 피해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전대비가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는 지진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대응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최신 과학기술을 이용해 예상 가능한 지진재해에 대비하고, 현재 과학기술로는 한계가 있는 지진발생 원인 파악과 사전 예측도 실현해 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이루어 나갈 토대이며,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천년의 유산이 될 것이다.

 

박광석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