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심만필(29)  비 - 片片想

토사(土砂)비 -
영어 대사전에서 rain을 찾아보면,it rained cats and dogs.
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비가 토사가 쏟아지듯 내린다. 라는 뜻으로
풀이 되고 있다.
cat는 고양이고 dog는 개일 터인데 난데없이 “토사가 내린다”고 한
것은 뭘고?
강한 비가 땅에 떨어 질 때는 소리가 난다. 이것이 고양이나 개가 우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본건지, 아니면 비가 갑자기 쏟아져 개나 고양이가
놀래 뛰는 모습을 나타낸 건지 분명치 않은데, 학자들은 it rains
cataract에서 변형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cataract는 큰 폭포, 분류(奔流),홍수를 뜻한다.

토사비를 요즘 말로 하면 집중호우와 비슷한 것이 되겠는데 영어
에서는 집중호우를 cloud burst라고 한다.
“구름의 폭발”이라. 이건 좀 심하지 않나? 

대중가요와 비 -
“비가 오도다. 비가 오도다.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비가 오도다."
1970년대에 불린 도미의 노래로 기억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대중가요에는 비를 소재로 하는 노래가 많다.
비 내리는 고모령,비 내리는 호남선, 비 내리는 삼랑진등 가사 뿐만
아니라 제목에서도 비를 끌어 드린 예를 많이 본다.
1997년에 KBS의 모 프로듀스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그때까지 불린
자연을 소재로한 노래 가운데서 비를 소재로 한 것이 2천 백여 곡으로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일본 가요에서도 나타난다.

왜 비일까?  
추측컨대 우리나라나 일본은 세계적으로 우량이 많은 축에 속하기 때문
이라 할 수가 있겠다.
우리나라의 연강우량이 1300mm내외, 이는 런던.파리등 유럽의 주요
도시에 비해 2.5배 가량이나 많은 양이다.
그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장마라는 특이한 현상이 있다는 것과
그 무렵에 벼농사가 시작 된다는 점이다. 벼농사 철에는 농신을 섬기고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부부 관계는 물론 연인들의 교감도 삼가야
했는데, 어느 문인의 얘기로는 밤이 되어도 마음대로 만날 수 없는
외로움을 노래로 담았던 것이라고도 한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 하는 “眺望 문화”의 원조 인지도 모른다.
 

강수확율과 우산 -
“가끔 구름(강수확률 20)”. 비가 온다는 예보가 아닌데도 강수확률은
표시 된다. 풀이해 보면 과거에 이 같은 예보를 100번 발표 했을 때
20번은 비가 온 예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그 20%가 마음에
걸릴 것 같으면 우산을 들고 다니거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입반적으로는 강수 확률이 40%면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우산이라는 게 원래는 종교행사나 왕실의 권위를 위해 쓰였던 것이
라서 멀쩡한 날에 우산을 갖고 다닌다 해서 “비정상”으로 볼일만은
아닌것 같다. 더더구나 요즘같이 패션이 넘치는 우산이라면 오히려
장신구 쯤으로 여길만도 하다.
영국에서는 우산이 남녀의 緣을 맺어주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우산을 들어 드릴까요?”라고 해서 여자가 허락하면 “우리 잘 해
봅시다”를 의미 하는 것이라고.
때는 바야흐로 장마철. 비야 오건 말건 젊은 여인들은 우산을 챙기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