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기류가 만든 온실 속 온실

앞 글에서 올렸던 영상이지만 제트기류가 날씨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기에 다시 올립니다. 아시아 지역의 최고 온도가 제트기류의 흐름을 따라서 분포하고 있슴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http://earth.nullschool.net가 제공하는 상층부 바람 흐름도를 보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와 중국 화북지방으로 북서 방향에서 극 제트기류가 내려오고 있습니다. 운이 좋게도 세계 여러 곳에서 더위와 가뭄으로 난리인데 이 지역은 날씨가 덥지 않습니다.

지금 인도양의 해수면 온도 예년 편차(SSTA)의 (+) 정도가 매우 큽니다. 태평양에서는 주로 서부에 SSTA (+) 수역이 있고 중부에 (-) 수역이 있지만 인도양 해역 전체가 모두 (+) 입니다. 해수면 고도 기압 배치를 보면 인도양에 중심을 둔 거대한 저기압이 있고, 벵골 만과 아라비아 해에 각각 중심을 둔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서 인도양의 열기와 습기를 품은 남-남서풍이 서남아시아, 인도, 동남아시아로 불고 있습니다. 이 바람은 700hPa 상공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날 정도로 강합니다. 그런데 아라비아 남부 → 인도 중북부 → 중국남부를 부는 아열대 제트기류가 이 남-남서풍이 더 이상 북상하는 것을 막기 때문에 서남아시아에서부터 동남아시아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열기가 누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고온 다습한 공기를 비로 만들어 줄 대류권 하층 수렴부가 이 넓은 지역에 하나도 없습니다. 기록적인 더위와 가뭄이 계속되는 원인으로 보입니다. 4월 29일 보도에 의하면 인도에서 더위로 300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아래 영상은 4월 21일 인도 곤디야 마을의 밭에서 의식을 쓰러져 죽어가는 소를 바라보고 있는 농부의 모습입니다. 소가 불쌍하고, 농사를 지을 수 없을 정도로 메마른 밭에서 속수무책으로 서있는 농부가 안쓰럽습니다. (밭이 아니라 논으로 보입니다.)

지구온난화가 1.2℃ 정도 진행된 현재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가 이렇게 심각하지만, 피해의 정도가 크지 않은 지역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아직 멀었습니다. 며칠 전 모 방송국 라디오의 경제 프로그램에 출연한 젊은 경제전문 기자가 “2100년까지 지구가 5~6℃ 더위지면 경제활동 위축으로 세계 경제가 입는 손실이 수십조에 달할 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지구온난화 저지를 위한 비용이 막대하고 그 정도로 지구가 더워지면 인류의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데 고작 경제적 손실 타령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좋은 대학경제학과나 경영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서 경제전문 기자가 되었겠지만 누구나 자기의 전공분야를 벗어나면 인식이 부족하고 모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국제에너지국 (International Energy Agency)은 지금부터 2030년까지 전지구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소요되는 비용이 최대 16조 5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지구의 날인 4월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파리기후협약서에 각국 고위 외교관들이 서명하기 전 2016년 4월 20일 Manhattan Institute가 발표한 보고서 요약 내용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구 온난화 대처 계획 (President Obama’s global warming plan)을 실행에 옮기는 경우 미국 최극빈층 가계의 생활비가 매년 총 190억 달러 증가해서 세금을 166% 인상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차상위 극빈층 20%에 속하는 가계가 부담하는 연간 생활비는 250억 달러 인상되어 33%의 증세효과가 있지만 가장 부유한 계층의 가계에게는 4%의 증세 효과만 있을 뿐이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 원하는대로 미국 환경보호국이 제안한 청정 에너지 계획(Enviromental Protection Agency’s Clean Power Plan)을 실행하는 경우 미국인 4/5에게 이산화탄소 배출 세금이 부과된다. 또한 오바마는 오일 1 배럴당 10.25달러를 과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환경보호국이 개발한 데이터 예측 모델을 Cato Institute가 실행한 결과 청정 에너지 계획으로 2100년까지 저지할 수 있는 온도는 0.019℃로써 측정이 안되는 수준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나 휘발유에 세금이 부과되면 연간 수입의 약 35%를 에너지에 사용하는 미국의 최극빈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탄소 배출 절감계획의 비용은 엄청난 반면 효과는 미미하다.

파리 기후변화협정 서명식에 참석했던 각국의 고위 외교관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북한 외무상 이수용이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는 것뿐”이라며 핵 개발을 정당화하는 희떠운 말을 한 것 처럼, 참석자 대부분이 지구 온난화 방지는 뒷전이고 서명식을 외교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만남의 기회로 삼지 않았나 싶습니다. 각국이 줄이기로 약속한 탄소 배출량 목표를 달성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고 빈곤 계층의 저항이 클 것인데, 유권자의 표를 의식하는 선량들이 어떤 행태를 보일 것이며 정부가 국민을 설득해서 약속한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할 의지와 재정 능력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화석연료를 파내고 퍼내고 뽑아내어 무분별하게 태워서 이득을 본 사람 따로 있고 피해를 보는 사람 따로 있으니 그 댓가가 너무 크고 불공평한 세상입니다.

한국기상전문인협회 회원 김규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