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눈을 비비며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쯤이면 내 귀를 노크하는 소리가 있다. “오늘 경기지방의 날씨는 대체로 맑겠으나, 오후 2시까지는 짙은 황사가 나타나겠습니다.”라는 텔레비전 기상캐스터

언니의 목소리다.

 일기 예보를 듣는 것은 엄마의 하루를 시작하는 첫 번째 일이다.

일기 예보를 듣는 순간 오늘은 엄마가 나에게 어떻게 하실지 잘 알고 있다. 내가 알레르기성 비염과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기 때문에 황사가 심한 날은 엄마는 항상 긴장을 하신다.

 학교에 갈 때 분명히 마스크, 긴팔 옷, 모자를 챙겨 주실 것이며, 학교에서도 밖에서 놀지 말 것과, 학교가 끝나면 일찍 집으로 오라고 신신당부 하실 것이다.

 오늘도 엄마께서 챙겨주신 복장은 답답하기는 하지만 황사를 차단하는 완벽한 옷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힘차게 집을 나선다.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일기예보라는 것을 잘 몰랐을 때 나는 우리 엄마가 진짜 신기하기만 했다.

어느 날 학교에 가서 책을 꺼내려고 하는데 가방 속에 우산이 들어 있었다. ‘날씨도 좋은 데 왜 엄마는 무겁게 우산을 넣어 주셨을까?’ 나도 모르게 투덜거렸다. 그러나 맑았던 날씨가 수업이 끝날 무렵 갑자기 굵은 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는 엄마께서 우산을 챙겨주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소풍을 가거나 운동회 때도 비가 올까봐 걱정하고 있으면 엄마는 “내일 날씨가 좋을테니 걱정하지 말고 푹 자.”라고 하신다. 엄마의 말씀이 틀린 적이 없기에 날씨 마술사 같은 엄마를 믿고 마음 놓고 잠을 잔다.

 다음 날 어김없이 맑은 날씨가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이번 설날 시골 할머니 댁에 갈 때도 엄마의 날씨 마술은 유감없이 발휘 되었다.

 “여보! 오늘 오후부터 눈이 많이 온다고 했는데, 차가 뜸한 새벽 두시쯤 출발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하셨다. 엄마 말씀대로 출발 했는데 눈도 그쳐 있었고, 자동차도 밀리지 않아 편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엄마께서 이렇게 날씨에 관심이 많은 이유 중의 하나는 군인인 아빠 때문이다. 아빠는 군인들을 데리고 훈련을 자주 나가신다. 엄마께서는 아빠의 훈련 날짜가 정해지면 떠나기 며칠 전부터 ‘날씨가 좋아야 할텐데….’라는 말을 입에 달고 계신다. 또 훈련 중 태풍이 오거나 눈이 많이 내릴 때는 일기예보에 더욱 신경을 쓰신다.

 어렸을 때 엄마께서 날씨를 척척 잘 맞추는 것이 너무 신기해서 “엄마는 어떻게 날씨를 잘 알아?” 라고 여쭈어 본 적이 있다. “응! 엄마는 하늘만 봐도 날씨가 보인단다.”라고 하셨다. 그 때는 엄마 말을 정말 믿었다. 그래서 나도 엄마처럼 하늘만 보면 날씨가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알고 있다.

 엄마가 마술 같이 날씨를 잘 맞추는 뒤에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있다는 것을….

 과학 시간에도 배웠고,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에서도 수시로 일기

예보를 알려 주기 때문이다.

 날씨에 관한 지혜를 주어 우리들이 자연현상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주는 진짜 마술사는 기상청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잠들어 있어도, 여행을 가도 기상청에 근무하시는 분들의 마술은 계속된다고 하니 우리들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빠께서 우리나라의 일기예보는 선진국 수준으로 92% 이상을

맞춘다고 하셨다. 기상청에 근무하는 분들은 지금도 우리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고생하시지만, 앞으로 100%의 마술을 부리는 기상청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봄비가 내린다.

 엄마의 마술이 아닌 기상 캐스터 언니가 전해 준 일기예보를 듣고 우산도, 비옷도, 따뜻한 옷차림까지…. 잘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