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일 배 떠? .”                     

  “글쎄, 기상청 홈페이지 들어가 봐야겠네. 내일이 26일이지? 26일 금요일 오전 서해안 먼 바다 파고가 2～4지만, 풍랑주의보가 서해안은 없으니, 잘하면 배가 뜰 것 같네.”

 내가 사는 곳은 서해 5도 중 하나인 연평도다. 작년에 인천 만수동에서 살다가 아빠가 연평도로 학교를 옮기셔서 연평도로 이사 왔다. 2월 27일은 증조 할머니 제사라 인천 부개동 친 할머니 댁에 가야 했다.

 우리 가족은 연평도에서 육지로 나가는 날 며칠 전부터 기상청 홈페이지에 자꾸 방문하게 된다. 육지와 연평도를 오가는 여객선이 하루에 한 번 밖에 없기 때문에 날씨가 좋고, 파도가 높지 않아야, 육지로 나갈 수 있다. 아빠는 학교에 근무하셔야 해서, 엄마와 나만 다녀오기로 했다.

 내가 2학년 때 만수동 살 때까지는 기상청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이제 우리 가족에게는 기상청이 없어서는 안되는 아주 중요한 기관이 되었다.

 26일 아침 엄마와 나는 고려고속훼리에 전화를 해서 배가 뜨는지 알아보았다. 전화ARS에서 “안녕하십니까? 고객과 함께하는 ○○○입니다. 2월 26일 연평도, 덕적도 정상운행입니다.”라고 하였다. 엄마는 오늘 파고가 높아서 배 멀미를 할 수 있다고, 귀에 ‘귀미테’를 붙여 주셨다. 배 터에 갔더니, 이틀이나 배가 못 떠서  배 타는 사람도 많고, 짐도 가득했다. 배가 출발하자 파고가 2～4라더니 역시나 배가 오른쪽 왼쪽으로 기우뚱 기우뚱 흔들렸다. 이럴 땐 자는 게 최고다.

 27일 저녁을 먹고, sbs 뉴스를 보고, 일기예보를 봤다. 최저 기온과 최고 기온은 알려 주는데, 바다의 파고는 예보하지 않았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파고인데...파고를 알아야 낼 연평도 가는 배가 뜨는 지 알 수 있고, 그래야 낼 우리 집 연평도에 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내일은 배가 안 떴으면 좋겠다. 그래야 할머니 집에서 하루 더 놀 수 있으니까.....

 그런데 내일 아침에 안개가 낀다고 했다. ‘안개가 많아도 배가 안 뜰 수 있으니, 아싸! 하루 더 놀 수 있겠다.’ 엄마는 131로 전화를 해서 바다날씨를 알아보셨다. 파고가 1～2로 배가 뜰 것 같다고 하신다. 아~하루 더 놀고 싶은데....

 28일 아침밥 먹고, 할머니댁을 나섰다. 고려고속훼리 전화ARS에서는 ‘안개로 인해 대기 중’이라고 했다. 연안부두에서 12시 30분 배를 타려면, 할머니댁에서 2시간 전에 출발해야 했다.

 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해 보니, 사람들이 웅성대고 있었다. 안개 때문에 배가 1시 30분이 되어야 뜰 지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엄마와 나는 근처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쭈꾸미 볶음을 시켰는데, 엄마는 나에게만 쭈꾸미를 주시고, 잘 못 드신다. 점심을 드시면서도 전화로 배가 뜨는지 자꾸 전화를 해 보셨다. 1시 30분이 되자 안개 때문에 배가 뜨지 못한다고 하였다. 바람도 불지 않고, 날씨가 좋아보이는데, 배가 안 뜬다니 참 어이가 없었다. 불을 환하게 밝히고 가면 안될까? 다시 할머니댁으로 가면서 안개가 21세기 과학보다 더 힘이 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상청에서도 안개가 많이 있어서 배가 못 뜨면 131안내에서 알려줬으면 좋겠다. 엄마와 나는 녹초가 되었다. 그날 저녁에 엄마는 kbs 뉴스 일기예보를 보셨다. 파고는 1～2라고 한다. 3월 1일에는 다행이 안개가 없어서, 배를 타고 연평도에 올 수 있었다.

 내가 사는 곳 연평도 사람들과 우리학교 선생님들은 아침에 만나면 “오늘 배떠?” “기상청에 들어가니까 오늘 풍랑주의보 내렸던데.” “택배올것 있는네, 육지에 계신 어머니 생신인데..., 꽃게 철에는 파도가 없어야할텐데...” 하며 하루를 기상청과 함께 시작해서 저녁에도 기상청예보를 보며 하루를 끝낸다.

 가족과 떨어져서 사시는 선생님들에게는 육지와 섬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해주고, 바다에 나가서 고기를 잡아서 사는 이곳 섬 주민들에게 기상청은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곳인것 같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상청에 한번 꼭 한번 가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