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가는 날에 비가 와서 좋아라, 누가 외칠까요? 달팽이가 그럴 것입니다. 이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언젠가 동생과 함께 읽었던, 동시집에서 만난 한 편의 동시 때문이랍니다.

 제목은 「달팽이 소풍 가는 날」인데, ‘ 꾸물꾸물 흐리고/비오는 날/달팽이 유치원/소풍 가는 날/아침에 일어나/‘쨍!’ 해 비추면/달팽이네 집집마다/‘으앙!’ 터지는 울음/달팽이 기상청/일기 예보대로/빗방울 호드득 창문 두드리면/“야호! 야호!”/터지는 환호성’이라는 내용입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역시 달팽이 기상청 일기 예보의 도움으로 달팽이들이 즐겁게 소풍을 갔다가 돌아왔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내 마음도 즐거워졌습니다.

 아빠는 휴일이 되면, 나와 동생을 데리고 새로운 볼거리를 찾아 집을 나섭니다. 그런데 떠나기 전에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그 날 기상 상태에 대한 정보입니다. 주로 인터넷으로 확인하는데, 실시간 기상 변화를 상세히 예측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답니다.

 어느 날 아빠는 우리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아빠가 어렸을 때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이상하게도 소풍가는 날에는 비가 왔다고 합니다. 전해오는 말로는 그 학교를 처음 지을 때 일하는 아저씨들이 땅을 파다가, 그 속에서 살고 있던 수많은 지렁이를 모두 죽였기 때문에 그랬다는 이야기입니다.

 억울하게 죽은 지렁이들이 그 학교 소풍 날이 되면, 학교의 지붕에 기어 올라가 눈물을 흘리며 우는 것이 비가 되어 내리는 것처럼 보인다는, 정말로 전설 같은 이야기이지요. 지금처럼 기상청 일기 예보를 참고한다면, 그 때의 이야기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옛날 이야기가 되겠지요.

 2 년 전, 우리 가족은 여름 휴가를 맞아서 백두산 여행을 떠났습니다. 물론 그 때도 미리 기상청의 일기 예보를 확인했습니다. 날씨는 무척 맑고 화창했지요. 그런데 정상에 오를 즈음에, 안개비가 부슬부슬 내리더니 이내 앞이 잘 보이지 않았어요. 더구나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왔기 때문에 몸을 가누기 힘들었어요. 안타깝지만 천지를 보지 못하고 산을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답니다.

 돌아오는 길에 동생이 나에게 말했어요.

 “형! 아빠가 얘기해준 옛날의 그 토룡들이 지금 여기에 살고 있   는 건가?”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오늘 비가 내린 거 같아.”

동생의 대답을 듣고,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웃고 말았답니다.

 그 날 알아본 기상청 일기 예보대로 화창한 날씨였다면, 백두산 천지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아빠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 떠난 시간 여행을 하며, 백두산 기슭의 땅 속에서 이제껏 잠자고 있던 토룡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