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은아! 오늘은 꼭 내의 입어야겠다. 오늘 기온이 어제보다 3도에서 10도까지나 떨어진대.”

아침부터 우리 집은 꽃샘추위를 피하지 못한 봄꽃들의 떨림 못지않게 옷장과 서랍장을 들락거리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지난 주말 우리 가족은 겨우내 입었던 두꺼운 옷들을 세탁하고 정리하느라 하루 온종일을 보냈었는데……. 아침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일기예보에 우리는 정리했던 내의와 겨울옷들을 다시 꺼내야만 했다. 오랜만에 화사한 티셔츠와 가벼운 청바지로 봄맞이를 하려고 했던 나의 계획은 일단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몇 주 전 달력의 3월이란 숫자가 ‘봄’이라는 생각만 하고 어머니 말씀을 듣지 않고 옷을 얇게 입었었다. 그 탓에 독감에 걸려 많이 아팠기 때문에 추워진다는 소식은 내가 다시 겨울옷을 입도록 하는데 충분한 까닭이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부모님께서 일기예보에서 들으셨다는 10도나 떨어진 기온은 화창한 봄을 느끼게 해 주었고, 두껍게 챙겨 입은 겨울옷은 체육시간 땀나게 하는 찜질방이 되어주었다. 집으로 돌아와 투덜대는 나에게 어머니께서는

“추운 것보다는 낫잖아. 안 그러니? 그나저나 일기예보는 왜 그렇게 나와서 아침부터 정신없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하시는 것이다. 하긴 어머니께서도 가족을 걱정하시는 마음에 귀찮아도 그렇게 해 주신 거니까 불평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첨단과학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기온을 그렇게 차이 나게 예보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날 저녁, 우리는 멋스럽게 차려입은 기상캐스터의 ‘내일의 날씨’에 귀를 기울였다. 역시나 상쾌한 목소리로 ‘생활지수’까지 꼼꼼하게 안내하는 일기예보는 다음날 우리 가족의 생활 계획을 세우도록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어보였다. 그런데 한 가지, 내일 날씨의 강수량과 기온 차의 범위가 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떠오른 4학년 사회 수업시간, 전화로도 그 지역의 날씨를 알아볼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기억력, 전화기를 들고 오락가락하는 숫자를 몇 번 헤매다가 ‘131’을 꾹꾹 힘주어 눌렀다. 안내하는 대로 버튼을 누를 때마다 신성동의 현재 날씨와 내일 날씨, 주간 일기예보가 자세하게 들려왔다. 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유레카’를 외치던 순간만큼 흥분하며 부모님께

“지역마다 날씨 차이가 나서 그래요. 뉴스 일기예보는 전국 날씨를 말하는 거라서 범위가 저렇게 크게 나오잖아요. 우리 신성동 내일 날씨는 기온이나 강수량 예상 범위가 작아요. 아마 오늘 아침에도 우리 대전 신성동 날씨만 알았어도 제가 겨울옷 입고 갈 일은 없었을 거예요.”

라고 우쭐대며 말씀드렸다. 부모님께서는 어떻게 그 전화번호를 알았냐며 배운 것을 실생활에 잘 사용한다고 대견해 하셨다. 그 날 일은 일기예보가 틀려서가 아니라 전국 날씨에 관한 정보를 우리 동네에 맞게 활용하지 못한 우리 가족의 실수로 벌어졌던 것이다.

갑천을 따라 오가던 길에 그렇게 자주 보았으면서도 왜 대전지방기상청의 동네예보를 이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건지. 정말 ‘등잔 밑이 어둡다.’는 옛말이 딱 맞았다. 이번 일이 계기가 되어 살펴본 홈페이지는 동네예보라고 단정 짓기엔 뭔가 부족하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왜냐하면 지역별 자세한 현재 날씨뿐 아니라 지난 날씨, 공항 날씨, 각종 생활지수 등 어떤 활동을 하더라도 날씨로 인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다양한 날씨 정보가 안내되고 있었던 것이다.

문득 재작년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일이 생각난다. 청주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할 때만해도 맑은 날씨여서 기분 좋게 출발했는데, 도착한 제주도는 자주 오지도 않는다는 눈까지 흩뿌리며 흐린 날씨로 우리를 맞이했고, 관광하는 2박 3일 내내 진눈깨비와 추운 바람과 함께 다녀야만 했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조금만 현명하게 기상청의 예보를 활용했다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우리 부모님께서도 세차 후에 비나 눈이 올 때면

‘아! 내일 세차할 걸.’

하는 말씀을 하시곤 하는데 이제부터는 동네예보를 활용해서 세차하는 날을 골라드리는 재치 있는 딸이 되어볼까 싶다.

그러고 보니 다음 주에 있을 우리 학교 현장체험학습, 또 그 다음 주에 계획되어 있는 어린이날 기념 체육대회 날은 신기하게도 비 내리는 날을 피하고 있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께서도 그런 행사를 계획하시며 동네예보를 활용하시는 건 아닐까?

황사나 이상기온 등으로 유난히 일기예보에 귀 기울여지는 요즈음, 우리 동네 믿음직한 ‘날씨 알림이’가 있어 든든하다. 오늘도 꽃샘추위가 물러간다는 소식이 우리 동네예보로 하루빨리 전해지기를 기다리며, 가지런히 걸려 쉬고 있는 봄맞이 옷들에게 활짝 핀 봄꽃 인사를 전해본다. 조금만 기다리면 볼 수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