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속상해. 날씨가 왜 이 모양이람.”

 하늘에서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보며 엄마는 눈살을 찌푸리셨다.

 “엄마, 왜 그러세요?”

 “오전 내내 열심히 공들여서 세차해 놨더니만, 얄밉게도 비가 이렇게 내리잖니.”

봄을 재촉하는 봄비는 그칠 줄 모르고 오후 내내 세차게 내렸다.

아파트 마당 한쪽에 서있는 엄마의 자가용은 줄기차게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쓸쓸하게 서있었다.

 며칠이 지나고, 화창하게 맑은 아침이었다.

 “얘들아, 하늘이 참 맑지? 오늘 엄마 세차해도 되겠다. 그치?”

새로 산 자가용을 깨끗하게 목욕시켜주려고 엄마는 아침부터 잔뜩 신이나 계셨다.

 “엄마, 아침 기상뉴스에서 오늘 날씨가 오전에 차츰 흐려지며 비가 오겠다고 했는데요.”

 -아침 기상뉴스에서 오늘 날씨가 오전에 차츰 흐려지며 많은 봄비가 내리겠으니 우산을 준비하라고 했는데...... -

엄마는 아침 준비를 하시느라 기상예보를 듣지 못하셨나보다.

 “날씨가 이렇게 맑은데 설마 비가 오겠니?”

엄마는 내가 아침에 들은 기상뉴스를 말해 드려도 듣는 둥, 마는 둥 하셨다.

 “너 집에 올 때 비 올지 모르니까 우산 가져가라.”

나는 내 우산을 챙기며 동생에게도 우산을 가져가라고 내밀었다.

 “얘는 가방도 무거운데 무슨 우산이니? 오늘 절대로 비오지 않으니까 엄마 말 듣고 어서 학교나 가거라.”

동생은 엄마말씀대로 우산을 챙기지 않았고, 나는 혹시 모르기에 우산을 챙겨서 학교로 왔다.

 ‘오늘 비가 꼭 와야 하는데......’

우산을 가지고온 나는 마음속으로 날씨예보처럼 오늘 꼭 비가 오라고 기도를 하였다.

 1교시 내내 맑았던 하늘이 2교시가 시작되면서 조금씩 흐려지더니, 3교시 중반부터는 하늘이 잔뜩 흐려져 빗방울을 날리기 시작하였다.

 ‘앗싸! 비 온다. 비’

아침 기상뉴스에서 오전부터 차츰 흐려져 비가 온다더니 정말 비가 내리는걸 보니 이상하게 기분이 묘했다.

한편으로는 자가용 세차를 해놓고 투덜거리고 계실 엄마를 생각하니 날씨예보대로 비가오길 기대했던 나의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학교수업이 끝나자 동생이 교실 앞에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니, 엄마가 언니랑 같이 우산 쓰고 집에 오래.”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엄마의 문자메시지가 와있었다.

 -너 땜에 비오잖아. 그러니 동생이랑 우산 함께 쓰고 집에 오렴. 아이 짜증나. 세차했는데ㅠㅠ정말 비가 오네. -

 ‘비 오는 게 왜 나 때문이야?’

 학교 안은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은 친구들과, 아마도 오늘아침 나처럼 날씨예보를 듣고 우산을 가지고온 친구들이 우왕좌왕 집에 돌아가기 위해 분주한 모습들이었다.

 동생과 함께 우산을 쓰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파트 현관앞쪽에 주차되어있는 엄마의 자가용이 주룩주룩 비를 맞고 있었다.

 ‘목욕도 했는데 춥겠는걸, 쯧쯧쯧.’

집안에 들어서니 엄마는 비가 와서 속이 많이 상하셨는지 우릴 보자마자 비에 흠뻑 젖어있는 자가용이 불쌍하다며 한마디 하셨다.

 “엄마 차 봤니? 되게 불쌍하지? 오늘 목욕했는데 또 비가 오네.”

 “제가 아침에 비 온다고 했잖아요.”

 “날씨가 미쳤나봐. 아침에 하늘 봐선 절대 비가오지 않을 날씨였는데, 꼭 세차만 하면 이렇게 비가오니 정말 속상하다.”

 ‘머피의 법칙에 걸린 것처럼 세차만 하면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란 걸 엄마는 왜 모르실까......’

 또다시 며칠이 지나고.

학교홈페이지게시판에 ‘기상과학체험수기 공모전’안내가 올라와 있었다.

 ‘기상과학의 중요성인식과 동네예보를 활성화시킨다.’는 문구를 보니 세차만 하면 비가 온다며 속상해하시는 엄마께서 이번 기회를 통해 날씨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고 참고삼아 생활화 하신다면 많은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집에 오자마자 인터넷으로 동네예보가 어떤 것인지 확인을 해보았다. 동네예보홈페이지에 들어가니 내가 살고 있는 간석동의 날씨를 시간별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우와, 신기한걸. 시간대별로 문자로도 음성으로도 자세히 우리 동네 날씨를 알아볼 수 있네.’

지역날씨도 아니고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날씨를 시간별로 도표로 한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신기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편리한 날씨생활을 왜 나는 여태껏 몰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녁식사를 하며 좀 전에 내가 인터넷으로 알아본 동네예보에 대해 엄마께 설명을 해드렸다.

 “정말? 오늘, 내일 거기다 모레 날씨까지 다 알아볼 수 있단 말이지?”

엄마도 날씨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신기해하셨다.

나는 인터넷으로 동네예보홈페이지를 통해 엄마께서 언제든지 쉽게 날씨예보를 이용해 즐거운 생활을 하실 수 있게 알려드렸다.

 “정말이네? 엄마가 내일 세차하려고 했는데 황사가 심하다니 며칠 참았다가 해야겠다. 우리 승현이 덕분에 일기예보가 이렇게 한눈에 쏙쏙 들어오긴 처음인걸. 엄마가 아줌마들에게 동네예보 활용해서 인기 좀 얻어 볼까나?”

엄마는 즐거워하시며 ‘호호호’ 웃으셨다. 엄마께서 이제부터 날씨와 친해져서 우리 동네 일기예보를 활용해 세차만 하면 날씨가 미쳐서 비가 온다며 투덜거리시던 모습대신, 맑은 날 기분 좋게 세차된 반짝반짝 윤이 나는  자가용을 자랑하시는 활짝 웃는 엄마의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