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아침부터 전화벨이 온 가족을 깨웠다

아~~예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출발할께요~

아빠께선 우리에게 소리 지르신다 , 빨리빨리 준비들 해라 할아버지댁에 가는 날이다 하시며  바쁘게 움직이신다, 그러고 보니 작년의 일이 생각이 난다.

  몇 년 전만해도 쌀이 어떻게 우리밥상에까지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으나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몸이 편찮으시면서  부모님과 함께 할아버지 댁의 농삿일을 도우러 가면서 나 또한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농삿일이 날씨가 도와줘야 한다지만 모자리판을 만드는 것부터 중요한지는 겪어보지 못한 사람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아버지와 삼촌은 흙을 체에 거르는 작업을 하시고 엄마는 모판에 볍씨를 가지런히 뿌리면 나는 그 위에 곱게 거른 흙을 뿌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체에 거르는 흙들이 눈에 들어가고 볍씨가 엉뚱한 곳으로 휫 날리면서 작업을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이 일을 마무리 하지 못하면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나중에 하시려면 얼마나 힘들겠냐면서 바람이 조금 잦아들자 다시금 일을 계속 하였다, 어렵사리 힘들게 모자리판에 모두 옮긴 후 비닐하우스만 만들면 오늘의 작업은 끝이다,

  지렛대로 설치한 기초 파이프위에 비닐을 씌우면서 팽팽하게 양쪽에서 잡아당기면 훌륭한 지붕과 벽의 역할을 하는 비닐하우스가 완성되지만 이것 또한 날씨의 도움 없이는 잘 안되는 작업이다, 커다란 비닐을 쭉 피면서 파이프가 설치된 쪽으로 옮기는 과정에 바람이 세차게 불어 비닐이 날아가며 뒤 엉켜버렸다, 군데군데 돌로 날아가지 못하게 눌러 놓았으나 근 사한 비닐하우스가 만들어지긴 바람이 잔잔해 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바람아 제발 멈추어 다오~

해는 벌써 지고 있어 그런지 춥고 배가고파 얼른 집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다행이 바람이 잔잔해지는 틈을 이용해 비닐을 씌우고 지렛대를 연결하여 근사한 비닐하우스가 완성되어 그 곳에 물을 대고서야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온 가족이 저녁을 먹으며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 역시 날씨였다, 내년에는 꼭 일기예보를 잘 알아보고 날짜를 맞춰 할아버지댁에 모자리판을 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그 날이 바로 오늘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날씨가 꾸물꾸물한 것 같아 걱정을 하면서 할아버지댁으로 출발하였다, 하지만 산들산들 부는 바람과 함께 진달래와 개나리는 우리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꾸벅꾸벅 졸다보니 어느덧 할아버지댁에 거의 도착한 듯 하다,  창문너머에는 여기저기 모자리판 비닐하우스들이 군데군데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바람이... 바람이 불지 않아야 할 텐데...

  어느덧 우리의 차는 할아버지 마당에 도착하였다, 항암치료를 받으셔서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으신 할아버지얼굴을 뵈니 마음한쪽이 아파왔다, 할아버지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우리식구와 삼촌가족들과 함께 논으로 향했다.

  일기예보를 듣고 미리 정한 날이라 그런지 바람도 잔잔하고 모자리판 만드는데 날씨가 참 좋았다,  이렇게 바람이 잔잔할 때 비닐하우스를 먼저 설치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삼촌과 형들도 그렇게 하자고 해서 올해는 비닐하우스를 먼저 설치하였다,

 모판에 볍씨를 뿌리고 그 위에 고운 흙을 뿌리는데 따뜻한 햇살이 등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아버지와 엄마는 바람아 멈추어 다오 ~ 노래를 흥얼거리시며 모판을 만드셨다,

 나와 형은 좀 전에 만들어 놓은 비닐하우스에 모판을 가지런히 같다 놓았다, 한쪽으로 나란히 간격을 유지하며 비닐하우스를 꽉 채워 나갔다,

우리가 일 하는 모습을 창문을 여시고 바라보시는 할아버지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졌다,

  어느덧 다 완성이 다 되어간다 싶더니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었다, 이젠 바람이 불어도 걱정 없다시며 콧노래를 부르며 우리는 할아버지께 최종 합격점을 받고 할아버지 집으로 돌아왔다,  

  할아버지께서는 말씀하신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일기예보를 듣지도 못하고 계절과 날짜에 따라 그냥 농삿일을 했는데 요즘은 일기예보를 그날그날 알려주고 또 주말 날씨 일주일동안의 날씨를 어떻게 그렇게 자세하게 알려주는지 참 고마운 일이라고 하시며 흐믓하게 웃으신다.

  일기예보덕분에 무사히 모판을 만들어 기분이 좋았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 또한 싫지 않았다,   내년에도 바람아 멈추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