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심만필( 從心漫筆) 2-12월에 있은 세가지 사건들

해마다 12월이 되면 뇌리에 떠오르는 사건들이 있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진주만 공격,영화에서 본 케인호의 반란,
그리고 책에서 읽은 "디"철교의 붕괴.
이 사건들은 모두  날씨와 관련이 되어 있어 지난 시절 나의 관심을
끌었고,비록 해는 다르지만 12월에,그것도 열흘 간격으로 발생 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를 끈다.

* 신의 은총 - 진주만 공격
12월8일(1940년). 일본은 진주만을 기습공격 하는데 성공 했다.
도대체 일본은 6척의 항공 모함을 비롯해 모두 30여척에 이르는 대선단
을 이끌고 그것도 5000km나 되는 먼 거리를 10일동안 항해 하면서도
어떻게 미국에 들키지 않을수가 있었을까?
한마디로 계절과 날씨를 기똥차게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선 함대는 진주만 까지의 직항로를 피하고 계절적으로 거친
물결과 짙은 안개가 잘 끼는 북방항로를 우회한 다음, 공격일에
가까워  급속도로 남진 하는 항로를 택해 미국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하였다.
12월8일. 그날은 전날과 달리 하와이 근해의 물결이 생각보다 잔잔
했고 하늘에는 구름이 낮게 드리운 상태로 183대나 되는 대 항공
편대가 가까이 오는대도 소리만 들렸을뿐 형체는 알수가 없었다.
진주만 기습 작전의 성공은 바로 이러한 날씨의 공이 컸던것.
이를 두고 일본군은 “신이 내린 은총”이라며 좋아 했다.
그러나 승전보를 접한 "야마모도 이소로꾸"제독의 얼굴에는 일말의
어두운 그림자가 지나 갔다. "잠자는 사자의 눈썹을 건드렸구나!" 하는 -.
이후 군의 작전계획에는 날씨 정보가 1순위에 오르고, 군에도 기상부서
가 확고히 자리 잡게 된다.
 

* 신의 배반 - 케인호의 반란
12월18일(1944년),  필리핀 동쪽 해상에는 미국 구축함  케인호가
폭풍우에 휘말려 일엽편주의 신세로 진로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함정 안에서는 함장과 선임장교 간에 지금까지 오래 계속
되어 온 숨막힐 듯한 대립이 마침내 발화점에 달하고 있었다. 
함대 사령부가 명령한 코스를 끝까지 고집 하는  함장과, 그 코스로
가면 태풍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것이니까 잠시 진로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선임 장교간의 실랑이가 극에 달했을 때, 선임장교는
함장을 정신병자로 단정하고 지휘권을 박탈한다.
함장은“신을 배반하는 행위”라며 저항 했으나 그때문에 케인호는 구출
될수가 있었다.  
왕년의 베스트 셀러로, 영화로도 만들어져 우리 나라에서도 상영된
 바 있는 “케인호의 반란”에 나오는 이 태풍은  가공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태풍이었다.
요즘도 필립핀 근해에는 12월의 태퉁이 몰아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아스팍이 연기되기도 했다. 
아뭏든 이때 입은 함대의 손실은 실로 컸다.
그래서 펜타콘 수뇌부도 큰 충격을 받았고 이 사건이 계기가 돼 태풍
관측이 본격화 된다.
그로부터 60여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극동지방의 여러
나라는 미국 공군의 태풍 관측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이 모두가 케인
호의 반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 신의 분노 - ‘디’철교의 붕괴
12월28일(1879년), 스코틀랜드에서는 ‘디’라는  이름의 철교가 주저앉는
대 사건이 발생했다. 이 다리는 1년전에 완성된 것인데  폭풍을 만나 
다리위를 지나던 기차와 함께 내려앉고 만 것이다.
“이럴수가! 이는 필경 신이 분노 한 것이야” 영국이 온통 들끓었다.
조사 결과 원인은 바람 때문이었음이 밝혀졌다.
바람은 항상 일정한 속도로 부는것이 아니고 그 세기가 강했다 약했다
하는 변화를 일으키는데 이것을 가리켜 "바람이 숨을 쉰다"고 해서
풍식(風息)이라 한다. 풍식이 다리의  진동주기와 일치할 때는
‘디’ 철교와 같이 무너지는 일이 생긴다는것.
바람이 세게 부는 날  다리위를 걸으면  다리가 휘청거리는 걸 느낄때가
있는데 이것이 바람의 힘(風壓)에 따른 요동이며 겨울철 계절풍이
강할 때는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 조사에 참여 했던 ‘다인즈“라는 연구원은 풍압을 측정 하는 장치를
고안해, 이후 고층 건물등을 안심하고 세울수 있게 됐다

“인류문명의 발달은 전혀 날씨가 요동치는 곳에서 이어져 왔다”는
주장에 또 한표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