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심만필( 從心漫筆) 10 - 진짜 설날,동지

동지(冬至)는 명일(名日)이라 일양(一陽) 이 생(生) 하도다
시식(時食)으로 팥죽을 쑤어 이웃〔隣里〕과 즐기리라
새 책력(冊曆) 반포(頒布)하니 내년(來年) 절후(節侯) 어떠한고
해 짤라 덧이 없고 밤 길기 지리하다.
- 농가월령가 11월령 중에서 -

그렇구나, 밤이 낮보다 약 1/3 가량이나 더 길어 무려 14시간 26분이나
되니 어찌 지리 하지 않을고..
동지를 기해 침몰했던(해가 짧았던) 태양은 다시 활기를 띄고(해가
길어지고) 소생하기 때문에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이 날이면 일양래도
(一陽來倒)라는 말을 썼으며, 북유럽에서는 태양이 죽지 않고 부활하는
날이라 일컬었다.
그래서 고대 서양에서는 이  날을 축제일로 삼고 태양신에 대한 제사를
올렸고 동야 에서도 생명력과 광명이 부활하는 동지를 설로 상은 나라
가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옛날에는 동지를 아세(亞歲-다음 해가 되는 날이
라는 뜻)니 작은설이니 해서 중요한 축제일로 여겼다.
그래서 궁중에서는 이날 천지신과 조상의 영에 제를 올리고 군신간에
잔치(會禮宴)를 베풀었다.
그리고 관상감(觀象監)에서는 새해의 달력(冊曆)을 만들어 단오에
부채를 하사 하듯 관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요즘도 “동지를 지나야 한 살을 더 먹는다.”느니 “uc0‘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들 하는걸 보면 동지=설날의 유풍은
아직도 이어 오는것 같다.
어쨌거나 태양력을 쓰고 있는 마당에 그것도 “태양이 소생(일양래도)
하는 날을 1년의 시작으로 삼는것은 너무나 타당하다는 주장이 지금도
꺼지지 않는다.
- 여기 찬성하시는 분 손 한번 들어 보시죠 -

민가에서는 이날 팥죽을 쒀, 뿌리고 먹는게 큰 행사의 하나 였다.
허지만 동짓날이라고 다 팥죽을 쑤는것은 아니지. 
음력 11월(동짓달)을 상.중.하로 나누어 양력12월 21일(동지)이 상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하순이면 노동지라 하는데 애동지가
드는 해에는 팥죽을 쑤지 않는다고. 대신 팥 시루떡을 해 먹는다나. 
애기동지에 팥죽을 먹으면 아이들에게 병이 생기는 등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고 해서 그렇단다.

또 동짓날을 전후에 날씨가 따뜻하면(난동현상) 다음해에 질병이 많이
생긴다 하고.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우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전한다.
이건 당연히 완.투가 있는 얘기다.
겨울엔“우짜던동“추워야 뒤탈이 없는법.
기후학 상으로는 이때를 전후해 이른바 동지한파라는 이름의 호된
추위가 몰려 오는 걸로 돼 있는데 올해는 어떨는지.

동짓달 긴긴 밤. 문풍지 소리에 잠 못 이루는 이도 있지만, 농가 월령가
에는 또 이런 재미도 있는 것을..
베틀 곁에 물레 놓고 틀고 타고 잣고 짜네
자란 아이 글 배우고 어린아이 노는 소리
여러 소리 지껄이니 실가의 재미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