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심만필( 從心漫筆) `15 - 冬將軍 

“장군 장군 하지만 제일 무서운건 사단장도 구단장도 아닌 바로 동장군
이더라고“
어느 전쟁포로의 얘기다.

날씨가 세계사를 바꾸게 된 예로서 곧잘 인용되는 것이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퇴각“이다.
1812년의 가을, 나폴레옹 군대는 갖은 곤란을 이겨내며 모스크바에
입성했다. 그러나 곧이어 모진 추위와 눈보라가 몰아 닥쳐 보급이
끊기고 병사들이 추위에 견디지 못하게 되자 퇴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나폴레옹 군대가 프랑스 국경부근에 다달았을때, 65만 대군 중 살아
남은 장병은 2만 5천에 지나지 않았다. 
나폴레옹이 가는 곳에 적이 없다던 그도 강력한 동장군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는 데서, 그 후 맹렬한 한파를 가리켜
동장군이라 부르게 됐다.

그런데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던가.
그후 제 2차 세계대전때 히틀러의 독일 군이 모스크바에 진격했을 때도
갑자기 몰려온 한파로 해서 후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히틀러 역시 소련군에 진 것이 아니라 동장군에 졌다 해서 이 말은 더욱
유명하게 됐다.
사실 히틀러는 나폴레옹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한파에 관한 높은
관심을 갖었었다. 그래서 2차대전중 장기예보의 세계적인 권위자였던
바울 박사에 명하여 한파에 대한 예보를 연구하게 한 바 있다. 이것이
장기예보의 효시다.
그런데 바울의 장기예보는 소련을 침공할 때는 잘 맞았으나 모스크바
를 공격할때는 예보가 빗나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장군에 아픔을 겪었던 경험은 우리 예게도 있다.

한국동란때의 1.4후퇴가 바로 추위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 무렵은 바로

대장급의 동장군이 휩쓸었던 때다. 

우리 나라의 동장군은 시베리아 방면에서 와 한겨울 맹위를 떨치지만
계급으로 따져 원수급(영하 25도 이하)은 없다. “별이 다섯개요”는
실재 상황에도 없지.
대장.중장급(영하15-영하25도)도 중북부 지방에서나 이따금 볼수가
있다. 후방(충청이남)에 이르면 기껏해야 소장급(영하 10-15도이하)이

행세를 할 뿐이다.
영하 10도 이상은, 굳이 따지면 준장급이 되겠으나 이는 동장군이라
부를 처지가 못된다. 

동장군은 마냥 위세만 떨치는게 아니라 우리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동장군은 바람(맑은 공기)을 앞세우고 오는게 보통이라서 오염으로
숨막히는 도회의 공기를 순화 시키고 하늘도 더욱 밝게 한다.
그리고 추울 때 마시는  냉수는 더욱 각별한 바 있고, 추운  날에 빚은
술이 맛도 좋고 오래  간다.
뿐만 아니라 추울 때  낳은  계란은 더욱 양분이 풍부하고 추울  때
잡힌 붕어와 참새의 맛도 寒中一味라고 해서  식도락가들이 선망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황태를 비롯 덕장의 고기도 동장군 아래서
길들여 지는것.
암튼 이 모두가 추위라는 특수한  기후가 갖는  직접 또는 간접적인 
영향의 결과라고   하겠다.

그런가 하면 추위는 우리의 심신을  긴장시키고 분발하게 한다.
지구상에서  온대 지방에 문화가 더  발달돼 있는 까닭의 하나도 추위
라는 계절이 있기 때문이라 하지 않는가.
   “동장군 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