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심만필(20) - 춘추(春秋) 와 하동(夏冬)

어느날 담소를 나누는 자리에서
“춘하추동(春夏秋冬) 네계절중 하필 환절기인 春秋가 나이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을까”하는 의문을 나타낸 친구가 있었다.
그러니까 본계절인 夏冬을 쓸법도 한데- 라는 거다.
“그거 말 되네-”

 진짜로 말이 되는 얘긴즉,우리나라에서는 연월이나 연세를 말할때 봄과
가을로 대표되는 춘추라는 말을 쓰지만 유럽에서는 여름과 겨울로 대표
하는 단어를 쓰는 나라가 많다는 것.
그도 그럴것이 원래 서양에는 봄을 말하는 Spring과 가을을 뜻하 Autume
이라는 말이 없었다.
 "Spring" 이라는 단어는 “급히 움직인다”는 어원에서 시작해,샘,
용수철이라는 뜻으로 쓰였고 그후 “빛이 보인다” “어둠이 걷히기
시작한다” 라는 뜻으로 확대 되다가 16세기에 이르러 “봄”을 가리키는
 낱말로 등장하기 시작 했다는게 학자들의 얘기다.

 일반적으로 위도가 높은 유럽에서는 일년을 대개 어둡고 긴 겨울과
밝고 상쾌한 여름의 두 계절로 나눈다.
 여름이라도 무덥지 않고 마치 우리나라의 봄날씨 같은 기후다.
 그래서 "Winter"라고 하면 가을에서 이른 봄까지의 여섯달을 말하는
것이고 "Summer"라면 춘분에서 추분까지의 6개월을 가리키는 것으로
돼 있다.
 다시말하면 계절을 두개 밖에는 두지 않았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춘추라는 말이 낄수가 없었던게 아닌가 싶다.

여기 비하면 우리나라는 계절이 풍성한 나라다. 봄을 早春,蘭春,晩春
으로, 여름을 初夏,장마,盛夏등으로 하나의 계절을 다시 세밀히
나눌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계절은 겨울에서 봄으로 건너가는 길목에 있다.
신정 구정에 대보름까지 자났으니 나이 한살은 속절없이 보태져
버렸다.
초로의 어르신네들, 마음 한구석이 더욱 울적해 졌을법 하구나.

“올해 연세가 몇이신지?“
“어허, 춘추로는 일흔 하나지만, 하동으로는 종심(일흔) 일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