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심만필(22) - 春分,復活節,春社日

  1년에 24개의 절기가 철따라 들지만 춘분만큼 반가움을 안겨다 주는
절기도 없을성 싶다. 그것은 춘분이 겨울의 속박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을 가리키기 때문일 것이다.
춘분은 태양이 춘분점을 지나고 지구상에서 볼때는 적도를 넘어 일로
북반구로 향하는 시점에  놓이는 날이다. 작년 추분이래 줄곳  남반구
를 오르 내렸던 태양이 북반구로 넘어오게 됐으니 낮의 길이는 하루
평균 2분 30초씩 길어지며 햇살도 점점 두터워  지고 이땅의 지열도
급속도로 오르기 시작한다. 그래서  기온의 상승율도 앞으로  20일간이
일년중 가장 큰  시기가 된다.
 
찬바람이 심한 북녘땅에도 추위는 춘분까지라고 해서 이제부터는
양기가 지상에 다다름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옛날 동양에서는  이날을 농경일로 삼고 야채 씨앗을 뿌렸으며 서양
에서는 계절을 따질때 춘분 이후를 봄으로 셈했다. 
중위도지방의 기후도 이무렵이 한.난의 경계점을 이루는 시기가 된다.
따라서 이제는 명실이 상부하는 봄으로 들어간다.  그야말로 만물이
약동하는 계절 -  그러나 사람은 반드시 그렇치 못해 쉬 피로하고 봄을
타기 쉬운 때가 된다. 리듬있는 생활과 적당한 운동으로  이 난춘의
계절을 헤쳐 나가야 하겠다.

기독교 최대의 축제일인 부활절도 바로 춘분이 그 모태가 된다.
부활절의  원명 ‘이스트’라고 하는 것은 옛날 유럽의  민족간에 섬겨
왔던  봄의 여신 ‘Ester’에  연유 한다고 한다. 즉 태양이 적도를 넘어
서는 춘분날이 되면 이 봄의 여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풍습이  있었
다는데 당시의  신흥 종교인 기독교가  이날을 따와서 부활절을 만들
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서양에서는 기독교의  행사와 관련해서  축제일이 일요
일과 겹치는 날이 많다. 예나 지금이나 휴일이 겹친다는 것은 기분이 
내키지 않았든지 ‘이탈리아’에서는 최초로 부활절 다음의 월요일을
‘Ester Monday’라고 해서 이 날도 휴일로 삼아 버렸다.

아무튼 따지고 보면 예수님이 탄생했다는 X - mas가 태양이 길어지는
동지 축제가 변형된것과  마찬가지로, 부활절이라는 것도 새봄을  맞이
하고 이를 축복하는 행사가 변천된 것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이 계절은 온갖 생물들이 모두 새 생명을 찾아 부활하는 시기를
의미하며 한편으로는 봄이 정상에 이르렀음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동양에서는 춘분을 모태로하는 행사로 춘사일 이라는 것이 있다. 
일반 달력에는 적혀 있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천문 우주 과학 연구소
에서 발간하는 역서나 간지를  넣은 달력에는 춘사일이니 추사일이니
하는 날이 기록돼 있다.
사일(社日)이라는 것은 육십간지 중에서 춘분과 추분에 가장  가까운
날에 무(戊)자가 들어가는  날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춘분에 가까운
무일을 춘사일, 추분에  가까운 무일을 추사일  이라고 한다. 
우리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월, 화, 수...로 나가는 7일 단위의 주기가
있기 전에는 갑,을,병 . .으로 나가는 10일 단위의 주기가 있었다.
이를테면 상순, 중순, 하순과 같은 순 단위의 주기를 쓴 시대가 있었
다는 얘긴데, 여기에  순서를 붙인 것이  십간(十干)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십이간지(十二干支)의 자, 축, 인, 묘,라든가 갑, 을, 병 .이라는
이름은 원래가 천지  자연의 현상, 다시 말해서 초목이 발생해서 번성
하고  성숙 해서 이것이 땅속으로 숨어 가는 과정에 입각해서,  그것을
10개 또는 12개의 단계로  나누어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음양 오행설에 따르면 그  가운데 무(戊)라는 것은 흙이 기운을 얻는
다는 뜻으로 이날을  기해서 오곡의 씨앗을 뿌리고 또 지신(地神)에게
제사를 지내게 돼 있었던 것이다.
춘사일이면 요컨대  만 생물이  무럭무럭 자랄 시기가  됐음을 알려주는
것이 된다. 만생물이 부활을 추구하고 약동을 구가 하는 마당에 딱하나, 기가 꺾여
해매는 족속이 있으니 그게 누-구-게?
“사람이 아니라 남자 올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