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심만필(23) - 황색의 봄

황사가 많은  계절이다.
봄철이면 으레 찾아 오기에 그져 그런걸로 여겨 왔는데, 이삼년 전
부터는 황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놑아 지면서 신종 테러로 등장 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황사란 중국의 양자강  유역과 몽고의  건조지대
에 있는  모래 먼지가  강풍에 말려 하늘  높이 올랐다가 편서풍을
타고 극동지방에  날아오는 현상을  말하는 것인데, 이것이 멀리는
하와이 근해까지 날아갈  때도 있다니 놀라울 일이다. 
황사를 서양에서는 "아시아의 먼지(asian dust)"라고 한단다.

황사가  끼면 하늘이  갈색으로 변하고, 심하면  햇빛을 가리며 산천이
온통 모래 먼지로 뒤덮이게 되는데 이 때문에 서양의 어느 문인은
동양의 봄을 ‘황색의 봄’ 이라고 했다.
중국에서는 이를 “황사만장(黃砂萬丈)” 이라고 한다.

그런데 서양에서 말하는 황색에는 ‘컬러’ 이상의 의미를 가질 때가 많다.
이를테면 하찮은 것이나 못된 것을 가리킬 때 곧잘 황색(yellow)을 끌어
댄다는 것.
yellow dog(말단인간, 비열한 사람),yellow press(선정적인 저널리즘)
등이 그렇다. 예수를 팔았다는 ‘유다‘가 입은 옷도 황색이랬지.
극동지방의 yellow spring은 단지 ´컬러´가 아니라 어느 틈엔가 “사람
잡는 봄”을 가리키게 됐으니 이를 어찌하랴.

보건 상으로 볼때 1cm의 공기 중에 4백 개 이상의 먼지가 들어 있다
든가 10밀리 그램 이상의 먼지가 섞여  있을 때는 호흡기 질환과 피부
질환을 일으키는 상태가 된다는데 황사가 끼면 이보다 몇 배나 더 많은
흙먼지가 섞여 있게 된다.
최근에는 황사에서 중금속까지 검출되고 있어 대기오염의 새로운 원흉
으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황사의 미세한 입자는 항공기의 엔진을 마모
시켜 고장을 일으키는 중요한 인자로 작용하는가 하면, 몇 만분의 1
이라는 먼지 하나도 용납되지 않는 반도체등의 정밀 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황사가 낀  다음에 비라도  내리면 그 색깔이 누렇다 해서 황우라고
하는데 옛날에는 土雨 라고 부르는 곳이 많았다.
아이러니 하게도 토우가 내리면 소나무가 무성해 진다고 해서 반기는
일도 있었다고.
유럽에서는 때때로 빨간 비가 내리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붉은 색을
띤 사하라 사막의 모래가 ‘함신’이라 불리는 바람에 실려 유럽대륙
으로 날아갔다가 빗물에 섞일 때 생기는 현상이다.
saharana dust라고 하는 이 모래먼지는 대서양을 건너 미국까지 날아
갈 때도 있다.

“안개보다 황사가 비행하기에 더 어려움을 줄때가 있다”고 하는
조종사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럴 리가?” - 쉽게 이해가 안 갔는데, 어느 핸가 이맘때에 비행기를
타 보고야 알 수가 있었다.
그날도 황사가 끼었다. 겨우 활주로를 뜬 비행기가 한참 동안 고도를
높였으나 뿌옇게 보이는 황사는 그 농도가 그대로 였다. 안개나 구름은
설령 짙게 깔렸다 해도 농.담(濃.淡)의 차가 있어, 가다 보면 군데군데
시야가 트이는 곳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고도를 높이다 보면 어느
틈엔가 없어져 버린다.
그런데 황사는 3천 미터 부근 까지도 일정한 농도로 끼어 있다니 답답
하지 않을 수 없겠다. 

황사 - 인체를 찌들게 하고, 정밀산업을 망가뜨리며, 항공기 운항까지
겁을 주고 있으니 이 아니 재앙인가.

중국- 황사에다 시커먼 연기에다 폐수 까지, 우리와 이웃해서 뭐 하나
도움 되는 게 없잖아. 갓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