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심만필(25) - 백만달러의 밤

여의도 둔치에서 삼겹살 구우며 소주잔 기울이기 딱 좋은 밤 -이라면 .
 겨울 빼고 비오는 날이 아니면 다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아니다. 여름에는 하루살이에 물것들이 많아 틀렸고, 가을에는
밤 기온이 차서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른 봄철이면 어떨까 싶지만
이또한 바람이 성가셔 내키지 않는다.
 그럼 언젠가?  바로 5월 이다.
 삽겹살을 구어도 연기가 흩어지지 않고,밤이 깊어도 포근함을 느끼며
날이 새도 자리를 뜨고 싶지 않은 밤. 우리는 이런 밤을 춘소(春宵)라
부른다

춘소를 국어사전에서 찾아 보면, “봄 밤,  =春夜” 로 나와 있다.
그러나 歲時記에서 말하는 준소는 봄 밤은 봄 밤이로되 그 뉴앙스가
다소 다르다.
따듯한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와서 달빛마저 몽롱해 지는 밤, 다투어
피어나는 꽃향기에 사람의 마음도 들떠, 이 밤을 두고 그냥 잠을
청하기가차마 아까운 밤.
 소동파가 "춘소일각 치천금(春宵一刻 値千金)" 이라 노래한 것처럼
천금을 주고도 사고 싶은 그런 밤의 분위기가 바로 춘소 일 터이다.

서양 사람들은 흔히 “백만 달러의 밤”을 말 한다.
아마 홍콩의 야경이 그대표적인 예가 될터인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근대
도시의 현란한 밤풍경을 두고 하는 말이라서 춘소의 경지와는 다르다
해야겠지. 
  봄철의  밤이라고는  하지만, 그날그날의 날씨에 따라서  나타나는
계절감과 느끼는 분위기가 각기 다를 것이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의 밤에는 계절풍이 강한 겨울이 연상될 것이요,
또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할때는 밤기온의 하강율이 커 늦 가을이
연상되기 때문에 춘소라고 할수가 없다.
 바람없이 고요하고 기온도 18도  내외일때 우리는 춘소의 즐거움을
만끽 할 수가 있다.
 
춘소에는 거리에 사람이 넘친다.
그래서 파출소는 취객들과의 전쟁으로 날이 새고, 접객업소는 연인들을
맞너라 즐거운 비명이다.
“사랑이 뭐냐고 물어신다면 춘소의 씨앗이라 말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