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심만필(26) - 신록속의 가을(죽추와 맥추)

小滿(5월21일경) - 땅은 양기로 가득하고 온갓 생물은 생명감으로
넘처나는 계절.
산과 들에는 온통 푸르름의 일색이요, 절기상으로는 이제 초여름으로    들어간다.
바다에서는 안개가 자주끼고 육지에서는 대나무가 누렇게 물들며
산에서는 뻐꾹이와 두견새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것이
이 계절의    그림이요, 시라 하겠지만, 그 가운데서도 대나무만은
가을을 만난 듯 그 잎이   누렇게 물들어 간다. 세시기에서는 이를
죽추(竹秋)라 일컫는데, 5월의 일경으로 빼놓을수가 없다.

모든  수목이 푸르름을 더해가는 계절인데 유독 대나무만이 누렇게 변색하는 것은
죽순을 키우기 위해서 뿌리에다 영양분을 공급하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이무렵의 대밭에는 죽순이 여기저기 솟아나고 이것을 따다
만드는 죽순요리가 또한 일미다.

죽추의 명소는 여수 앞바다에 있는 오동도-. 섬 둘레는 동백꽃이
만발하고, 섬 가운데는 대밭이 누렇게 물들어 봄과 가을을 한꺼번에
느끼는 독특한 정취를 이룬다. 

 죽추와 같은 맥락으로 여름의 보리밭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것은
맥추(麥秋)라고 하지.
  보리를 수확하는 계절을 맥추라고 하는 것은 기원전에 중국에서
나온  서지에 이 말이 기록돼 있다니 그 역사가 오랜 것을 미루어
 추측 할 수가 있다.
 중국에서는 상인(商人)이라는 말도 옛날 상(商)이라는 나라의 장사
꾼들이 곡물을 수확하는 계절에 농가에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팔았던
것에서 연유하는 것이라고 한다.

세계의 맥추의 계절을 일람표로 한것이 소맥 캘린더인데,
 여기에 따르면 인도는 3-5월, 이집트는 4-5월, 알제리 아는 5-6월,
이탈리아,한국,일본은 6-7월, 프랑스는 7-8월, 중구와북구,캐나다
등지는 8-9월로 돼 있고, 남북으로 긴 중국이나 미국은 5월말에서
9월에 걸치게 된다.
그리고 남반구에서는 남아프리카가 10-11월, 오스트리아가 1-2월.
그래서 맥추는 일년중 세계의 어디선가 볼 수가 있다.

죽추니 맥추니 하는 말에는 낭만이 담겨 있는데, 우리에겐 아픈
기억으로 만 남는다.
 바로 이 무렵이 가난의 상징인 보릿 고개 였으니까.
허덕이며 넘어 봤자 별 볼일 없었던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