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심만필(28) - 히딩크 雨 

열양 세시기에 따르면 음력 5월 10일은 조선조 태종대왕이
돌아가신   날로, 재위 22년 동안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다스리기에 부지런하시어   이른 아침부터 깊은 밤까지
게으름이 없었다고 한다.
운명하는 날에도  은하수를 보고 날이 가물 것을 걱정해서
“내 마땅히 옥황상제께 빌어 한 바탕 비가 오게해 우리
백성들의 시름을 덜게 하리라”고했다는데, 그후  부터는
해마다 태종의 기일 무렵이 되면 꼭 비가 오므로 나라
사람들이 이 비를 “태종우(太宗雨)”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태종의 한(恨)이 서린 태종우 처럼 우리나라에는 그같은
한풀이 비가 곳곳에 내린다.
진주에 가면 남강우(南江雨)라는게 있다.
음력 6월29일, 임진왜란때 진주성이 함락되자 의기 논개는
촉석루에서 왜장을 껴안고 남강에 몸을 던졌다. 뒤에
사람들은 이 무렵에 내리는 비를, 꽃다운 여인의 한이 비가
되어 쏟아 지는 거라고 했다.
 제주도엔 음력 7월1일에 내리는 비를 광해우(光海雨)라고
한다. 이곳에 유배돼 한많은 생을 마감한 광해군의 넋을
달래는 비라고.

 또 다른 비로 쇠루우 라는것도 있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석날 밤. 그들은 너무 반가워 그만
울어 버려, 그 눈물이 비가 돼 내리는 것.
일설에는 서로 해어지기 아쉬워 흘리는 눈물이라고도 하더라만
어쨋거나 이산의 아픔이 서린 비를 뜻한다.
충남 보은에는 삼복우(三伏雨)가 있다.
복날에 비가 와야 대추가 풍년이 든다는 믿음에서 유래된
것인데, “대추가 흉년이면 보은 처녀 울고 간다”는 옛말과도
관련이 있어, 이 또한 보은 처녀들의 한이 서린 비가 돼 온 터다.

지난 2006년6월24일, 우리는 그토록 염원 했던 월드컵 16강 진출이
좌절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는데, 그날 우리나라는 비가
오는곳이 있었다.
이 비는 16강 雨? 아드보카드 雨? - 라고 했더니 누군가가 이렇게
말한다. “한국의 16강 진출을 성원해 준 히딩크 雨”라고.
히딩크 우?  이거 말 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