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초등학교 5학년 이홍존

우리 반 친구들에게
친구들아, 너희들은 131번이 무슨 번호인지 알고 있니? 그래, 우리가 사회 시간에 배운 것처럼 131번은 바로 지역별 일기 예보를 알려주는 번호야. 이 번호는 7살이 내 동생부터 70세가 넘으신 우리 할아버지까지 알고 계시는 우리 집에서만은 아주 중요한 번호야 왜 그러냐고?

우리 식구들은 몇 년 전부터 농약, 비료 같은 것을 쓰지 않고 친환경 밭농사를 짓고 있어.
“아무리 작은 새싹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건강하게 자라야 그 야채를 먹는 사람도 건강하단다.” 라고 항상 말씀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덕분이지. 그래서 우리는 조금 힘들더라도 무농약, 유기농으로 매년 밭농사를 짓고 있어.
이제 대략 한 달 정도만 있으면 또 고추를 심고, 농사를 시작해야 해.
고추를 심기 전날의 조건은 131에 전화해서 비소식이 있는 날이어야만 해. 그리고 고추를 심으려면 미리 비 오기 전날에 고랑과 이랑을 만들고 그 위에 비닐을 씌워야 해. 그 일은 나, 엄마, 큰엄마와 함께 하지. 비닐을 고랑위에 올려놓고 끝을 흙으로 덮어 날아가지 않도록 고정시키지. 그런 다음에야 동생과 내가 해야 할 일이 생겨. 바로 모종을 심을 구멍을 뚫는 일과 그 구멍에 물을 주는 일이 바로 그거야. 모종을 심고 나면 그때는 정말 하늘이 도와주셔야만 해. 비가 제때에 오지 않으면 매일 식구들이 주전자와 호스로 물을 줘야만 하거든. 고추모종을 심은 후에는 한동안 고추모종이 뿌리를 내릴 때까지는 물을 매우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야.
작년에는 하늘에서 비를 제때 내려주지 않아서 식구들이 매일 131번으로 불이 나도록 전화하고, 식구들이 교대로 밭에 나와 물을 주느라 고생이 많았어.
할머니께서는
‘아무리 사람이 물을 열심히 줘도 하늘에서 내리는 비만 못한단다.’ 라고 말씀하셨어.

그런데, 그렇게 봄 내내 기다리던 비도 고추를 수확하기 시작하는 8월부터는 식구들에게, 특히 우리 엄마에게는 원수 덩어리가 되고 말아. 그때쯤이면 수확한 고추를 우리 집 옥상에서 말리기 시작하는데, 주로 엄마가 관리하시지.
엄마의 하루 일과는 131로 그날 우리 보령지역의 일기 예보 듣기로 시작하셔. 131에서 날씨가 좋다고 하면 엄마는 옥상의 고추위에 덮어 놓은 포장을 걷기로 시작하신단다. 밤사이 행여나 고추가 비나 이슬에 맞을까 포장으로 덮어 놓으시거든.
옥상에 빠알간 고추가 마르고 있는 가을에는 엄마는 고추말리기 때문에 먼 곳으로 외출을 할 수가 없으셔. 엄마가 밖에 외출하셨을 때, 혹시나 빗방울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엄마는 후다닥 집으로 뛰어가셔서 바삭 마른 고추를 구해내시지.
봄에는 온 가족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비이지만, 가을에는 철천지 원수가 되다니...... 정말 기가 막히지 않니?

우리들이 날씨를 우리의 생활에 잘 맞추어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상정보를 잘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가 살고 있는 보령 지역만 해도 바다에서, 갯벌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참으로 많아 그래서 나는 날씨가 우리 보령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에 영향을 많이 준다고 생각해.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더욱 우리 지역의 날씨에 관심을 가질 거야. 너희도 그럴 거지? 그리고 앞으로 131이 우리에게 더욱 소중한 친구로 우리 생활을 더 편리하게 해 주니까 자주 이용하자.
그럼 안녕.

== 2009년도 날씨백일장(대전청) 최우수 수상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