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갑자기 전화벨이 따르릉 ~따르릉 요란하게 울려 펴지며 우리 집의 고요한 정적을 깨웠다.

“아버님! 어쩐 일이세요?”

“오늘 가족들이 전부 시골로 내려와야 할 것 같다. 일기예보에서 폭설이 내린다고 농작물 피해가 없도록 조치하라는 예보가 있어.”

“예! 아버님. 형제들에게 저희가 연락해서 시골에 빨리 도착할 수 있도록 조치할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는 시골 할아버지 전화를 받으시고 분주히 형제들에게 할아버지 댁 소식을 전하며 시골에 모이도록 전화를 하셨다.

“아들! 아빠 빨리 모시고와. 우리도 빨리 서둘러 시골에 가도록하자.”

할아버지는 시골에서 시설원예 농사를 짓고 계시다. 겨울철에 오이, 방울토마토를 생산하여 도시시장에 판매를 한다. 늙은 신 연세에도 불구하고 땀과 열정으로 생산하는 농산물은 도매시장에서 일등품으로 알려져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농사일에 한평생을 바쳐 일구어낸 일이라 농사일에 애착이 대단하시다.

그런데 작년 겨울에 갑자기 눈이 많이 내려 할아버지네 비닐하우스가 눈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폭삭 주저앉았다. 많은 눈이 내리면 비닐하우스에 쌓이기 전 눈을 쓸어 내려 무게를 가볍게 해서 비닐하우스가 안전하도록 돌봐 주어야 비닐하우스가 안전하다. 그런데 그날은 갑자기 눈이 많이 내렸고 할아버지께서 고령인 관계로 혼자서 눈치우기에 버거워 비닐하우스 붕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비닐하우스는 완전 파손되었고 새로 비닐하우스시설을 설치하였다.

할아버지는 작년 겨울의 아픈 기억을 생각하며 또 눈으로 인하여 비늘하우스에 문제가 생길까봐 노심초사하시며 자녀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리셨다. 할아버지의 근심을 알고 있는 가족들은 할아버지의 가족 총동원령이 내려지면 만사를 뒤로하고 한 시 바삐 서둘러 할아버지 댁으로 내려와 일손을 도와드리는 것은 물론 할아버지의 근심을 단번에 날려드리는 효성이 지극한 자식들이다.

할아버지 시골동네에는 대부분 노인 분들이 농사를 짓고 계시기 때문에 자연재해로 시설피해를 입게 되면 스스로 복구하는 것은 엄두를 낼 수가 없다. 그래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또 시설물 파괴는 그 안에서 다 키운 농산물들이 죽거나 손상을 입기 때문에 그해 일 년 농사를 망쳐 한동안 실의에 빠져 지내곤 하신다. 그리고 더 가슴 아픈 일은 삶의 희망을 잃어버리시고 실망하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는 자식들의 마음이다.

시골 할아버지 댁에 도착해보니 서울에 살고 계신 작은아버지, 고모 두 분 가족이 먼저 도착하셨다. 우리 가족들이 전부 모이면 총 18명으로 대가족들이 할아버지 댁을 가득 메운다. 그래서 사람 사는 냄새와 온정이 물씬 풍겨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더할 나위없는 기쁨을 선사한다. 더구나 오늘은 방학과 주말이 겹쳐 한사람도 빠지지 않고 온 가족이 하나가 되어 할아버지 일손을 돕고 가족애를 확인하려는 마음가짐으로 행복하게 한 걸음에 달려왔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모처럼 가족들이 다 모여 농사짓는 어려움을 잠시 잊고 환한 웃음이 입가에 가득하셨다. 가족들의 이야기꽃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가족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흐뭇한 밤이었다. 윷놀이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할아버지, 할머니 안마도 해드리고 그동안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온 가족이 웃음이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밤11시경부터 함박눈이 일기 예보에서 예보한 것처럼 눈이 세차게 내리기 시작하였다. 온 가족이 초긴장을 하며 눈 내리는 양을 수시로 측정하여 가족들이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였다.

집안의 장정들은 매시간 마다 빗자루를 가지고 비닐하우스 위에 쌓인 눈을 교대로 털어주기로 약속하였다. 마치 군대의 보초를 정하듯 정하고 다른 가족들은 비닐하우스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잠을 청하였다. 그리고 어른들께서 밤잠을 설치면서 눈과의 전쟁을 하였다. 어른들께서 눈치우기 교대를 할 때마다 차가운 공기가 방안으로 들어와 우리들도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눈이 적게 내리기만을 기원하였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온 천지가 흰 눈으로 가득하였다. 다행이도 간밤에 어른들의 노력으로 할아버지네 비닐하우스는 무사하였다. 모든 가족들은 안도하며 아침 식사를 즐겁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할아버지 댁의 전화가 빗발쳤다. 전화내용은 할아버지 댁 비닐하우스는 무사한지, 누구네 비닐하우스가 무너져 피해가 심각하다든지 등 눈피해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아침식사를 끝나고 비닐하우스 사이 통로에 쌓인 눈을 치우고 보강할 곳이 있는지 곳곳을 살펴보고 어른들께서는 피해 입은 이웃집에 찾아가 비닐하우스 복구 작업에 일손을 보탰다.

할아버지는 우리들을 모아 놓고 농사를 짓다보면 날씨와 아주 밀접해 기상청의 날씨예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할아버지께서 날씨정보를 어디서 얻고 계신지 궁금해서 여쭈어보았다. 할아버지는 그동안 일기예보정보를 뉴스 끝 시간에 반영되는 일기예보를 보고 다음날 날씨를 예상하셨다고 하신다. 그러다보니 날씨예보가 광범위해서 진작 할아버지가 필요한 동네날씨는 정확하게 알 수 없어 많은 불편을 겪고 계셨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께서 살고 계신 동네일기예보가 꼭 필요했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그동안 기상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동네일기예보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계셨다. 그래서 나는 할아버지께 기상청에서 새롭게 실시하고 있는 동네일기예보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 드렸다. 먼저 인터넷으로 알아보는 동네일기예보와 전화131로 알아보는 방법을 할아버지께 직접 시범을 보이고 할아버지께서 직접 실시하도록 도와드렸다. 할아버지는 이처럼 쉽고 정확한 동네일기예보를 진작부터 알았더라면 농산물 수확에 많은 보탬이 되었을 것 같다며 아쉬워 하셨다,

정확한 일기예보로 인하여 가족이 하나가 되어 재해를 예방하고 가족애를 확인하는 순간이 너무나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기상이변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미리미리 준비하여 자연재해를 막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지혜를 얻는 방법은 기상청에서 예보하는 동네일기예보를 적극 활용하여 하늘을 친구로 생각하는 일이 제일 으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