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은 땅이 흔들리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이다. 단층, 산사태, 화산 분출과 같은 자연적인 원인을 비롯하여 폭파, 발파 등과 같은 인공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땅은 흔들릴 수 있다. 심지어 번개나 태풍 또는 바람, 파도와 같은, 땅과 크게 관련이 없을 것과 같은 자연현상에 의해서도 땅이 흔들린다. 그런데 사람이 느낄 수 있으며, 피해를 일으키는 대부분의 지진은 단층과 같은 지체구조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1. 탄성반발설(Elastic rebound theory)
16세기에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발표되고, 17세기에는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하는 등 15세기에 들어서면서 시작된 과학 혁명의 영향으로 다양한 과학적 성과들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과학적 성과는 자연현상의 관찰을 바탕으로 한 깊은 사색과 토의를 통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19세기 초반까지도 지진 발생의 원인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던 가운데 19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지진과 단층의 관계를 이해하기 시작했으며, 20세기 초반이 되어서야 지진 발생 원리를 비로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지진학적 기초적인 개념 정립이 이처럼 늦어진 것은 지진과 관련된 현상의 과학적 복잡성 때문이라기보다는 관찰의 어려움에 기인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진의 주요한 원인인 단층 운동은 인간의 시야를 벗어난 수 Km 이상의 지하에서 대부분 발생하기 때문에 과학적 인과관계를 밝히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림> 일본 미노-오와리 지역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B%AF%B8%EB%85%B8-EC%98%A4%EC%99%80%EB%A6%AC_%EC%A7%80%EC%A7%84)
1891년 일본 미노-오와리 지역에서 규모 8.0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평탄했던 지표에 수 m 정도의 단층 절벽(단층애)이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단층 운동에 의해 지진이 발생한다는 단층과 지진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밝혀졌다. 하지만 단층이 어떻게 단층 주변을 비롯해 먼 지역까지 진동시킬 수 있는 지진을 유발하는지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림>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지진 피해 (출처: https://www.britannica.com/event/San-Francisco-earthquake-of-1906)
미국 서부 지역은 비교적 지진 활동이 활발한 지역인데, 190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규모 7.8 정도의 지진이 발생하여 3천여 명 이상이 죽고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약 80% 이상이 폐허가 되었다. 당시까지도 지진의 정확한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을 계기로 지진 대책을 세우기 위한 정밀 조사를 수행하였다. 이에 UC버클리 대학의 로슨(Lawson) 교수를 중심으로 한 지질학자를 비롯한 천문학자들, 공학자까지 포함된 지진조사위원회가 결성되어 지진 피해를 조사, 기록하고 관련된 여러 가지 과학적 관측값들을 정리하여 1908년에 로슨 보고서(Lawson report)를 발표하였다.
샌프란시스코는 당시에도 지금처럼 미국의 주요 도시 중 하나로, 매우 발달하여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개발과 관리를 위해 정밀한 측량값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대지진 이후 피해 지역을 다시금 정밀하게 측량하고 과거의 측량 자료와 비교함으로써 마침내 지진 발생의 원리가 밝혀지게 되었다.
<그림> 응력과 변형률 그래프 (출처: 기상청)
로슨의 지진조사위원회에 속했던 존스 홉킨스 대학의 리드(Reid) 교수는 반복적인 측량을 통해, 지표에 드러난 단층 주변의 지표 변위가 가장 컸으며 단층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움직인 거리가 감소한 것을 확인하고, 이와 같은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지진 발생의 원리를 설명하는 “탄성반발설”을 제안하였다.
<그림> 탄성반발설 (출처: 기상청)
탄성은 외부의 힘에 의해 변형된 물체가 이 힘이 제거되었을 때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을 말한다. 대표적인 탄성체로는 용수철, 고무줄 등이 있다. 단단한 나뭇가지가 힘의 작용과 제거로 인해 구부려졌다가 다시 펴지는 것도 탄성이다. 암석도 힘을 가하면 변형을 받고 그 힘을 제거하면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탄성체이다. 만약 탄성체에 탄성 한계를 넘어서는 큰 힘을 가하게 되면 탄성체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소성 변형되고, 더 큰 힘이 작용되면 취성 파괴되어 깨지거나 부서질 수도 있다.
지진의 발생 원리인 탄성반발설은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는 과정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곧은 나뭇가지에 힘을 조금씩 주면 점점 휘어지는데, 계속 같은 방향의 힘을 가하게 되면 휘어지던 나뭇가지는 결국 부러진다. 힘을 받아 휘어졌던 나뭇가지들은 부러지고 나면 다시 원래의 곧은 모습으로 돌아온다. 가지를 휘어지게 했던 힘 중에서 일부는 나무를 부러뜨리는 데 사용된다. 휘어진 나뭇가지가 원래의 곧은 모습으로 돌아올 때, 남아있던 나머지 힘은 나뭇가지를 진동시키는 형태로 방출된다. 결국 단단한 나뭇가지를 휘어지게 했던 힘의 일부가 나뭇가지를 진동시키고, 이로 인해 나뭇가지를 잡고 있던 손에서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그림> 지진 발생 전/후 비교 (출처: 기상청)
보존 경계에 있는 변환 단층에서도 탄성반발설에 의한 지진 발생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보존 경계에서 두 판은 경계면을 기준으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엇갈려 움직인다. 그런데 경계면에서의 마찰력으로 인해 두 판은 서로 단단히 결합되어 있으며, 서서히 함께 휘어진다. 판의 이동에 따라 판을 휘어지게 했던 힘은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이 힘이 마찰력보다 크게 되는 순간, 마찰력으로 인해 붙어 있던 판 경계 부분이 엇갈려 움직인다. 휘어졌던 판들은 부러진 나뭇가지와 마찬가지로 다시 원래 상태의 모습으로 회복되면서 진동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지진이다.
<그림> 지진으로 인한 울타리 이동 모습 (출처: 지구시스템의 이해)
리드 교수가 탄성반발설을 제안했던 계기가 된 캘리포니아 지진은 보존 경계인 샌안드레아스 단층대에서 발생하였다. 지진 발생 전에 측량한 값은 오랜 기간 판의 이동이 누적된 결과이다. 단층면 근처의 두 판은 각자의 이동 방향으로 움직이지 못했다가 갑작스러운 단층 움직임으로 인해 그동안 누적된 이동 거리만큼 순식간에 움직였다. 따라서 단층면 근처에서는 단층 운동에 의한 변위가 크다. 이에 반해 단층면에서 멀리 떨어진 지점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계속 조금씩 움직였기 때문에, 지진 발생 시 변위는 단층 근처보다 상대적으로 작다.
2. 단층의 종류와 특성
단층 운동에 의해 암석이 미끄러져 움직인 평면적인 단면을 단층면이라 한다. 단층면이 기울어져 있을 때, 단층면의 아래쪽 암석을 하반(foot wall), 위쪽 암석을 상반(hanging wall)이라 부른다. 단층면을 기준으로 두 암석의 상대적인 움직임에 따라 단층을 크게 세 종류로 분류하는데, 정단층, 역단층, 주향이동 단층이 있다. 지하의 암석은 판구조 운동에 의해 압축 또는 팽창시키려는 수평적으로 작용하는 힘, 중력에 의해 아래쪽으로 당겨지는 힘과 같이 사방에서 3차원적인 힘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힘들은 지역에 따라 크기와 방향의 차이를 보이며, 이 힘들의 크기 차이에 따라 각각 다른 형태의 단층 운동이 발생한다.
<그림> 단층의 종류와 특성 (출처: 기상청)
정단층(Normal fault)은 단층면 위쪽에 있는 상반이 아래쪽으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움직임의 단층 운동을 말한다. 수평적으로 작용하는 압축적인 힘보다 지구의 중력과 암석의 무게로 인한 수직적인 힘이 더 크거나, 수평적으로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힘(팽창력)에 의해 단층 운동이 발생할 때 정단층의 형태의 단층면이 형성된다. 역단층(Reverse fault)은 단층면 위쪽의 상반이 위쪽으로 밀려 올라가는 움직임의 단층 운동이다. 중력에 의한 수직적인 힘이 가장 약하고, 수평적으로 강한 압축력이 작용했을 때 나타나는 단층 운동이다. 주향이동 단층(Strike-slip fault)은 단층면의 경사와는 상관없이 단층면과 평행한 방향으로 서로 어긋나 수평적으로 이동하는 단층이다. 이러한 단층 운동은 수평 방향 중 한 방향에서 가장 큰 힘이 작용하고, 다른 수평 방향에서 가장 작은 힘이 작용할 때 발생한다. 정단층과 역단층을 함께 묶어 경사 단층이라 지칭하여 주향이동 단층과 구분하기도 한다. 때로는 경사 단층과 주향이동 단층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를 사교 단층 또는 사교 이동 단층(Oblique slip fault)이라고 부른다.
<그림> 단층면의 주향(Strike)과 경사(Dip) (출처: 기상청)
단층면의 기울어진 면과 수평면이 만나는 선을 주향선이라 하는데, 관찰자가 지표면에서 주향선의 양쪽에 각각 두 발을 놓고 서 있을 수 있는 방향은 서로 정반대의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이들 두 방향 중에서 오른쪽 발이 단층의 상반을 딛고 있을 때, 관측자가 바라보는 방향을 주향(Strike)이라하며, 지진학에서는 진북을 기준으로 시계 방향으로 측정한 각을 주향각으로 정의한다. 단층면이 수평면에 대해 기울어진 각도를 나타내는 경사(Dip)는 수평면에서부터 아래쪽으로 각도를 측정하여 0°~90°의 범위를 갖는다. 역단층의 경우 경사에 따라 세분하여 구분하기도 하는데, 경사가 45°보다 작은 경사의 역단층을 스러스트 단층(Thrust fault)라 부르며, 경사가 20°보다 작은 매우 완만한 경사의 역단층을 오버스러스트 단층(Overthrust fault)이라 한다.
단층 운동이 발생했을 때 상반이 단층면을 따라서 미끌려 움직인 방향의 각도를 미끌림각 또는 면선각(Rake, Slip angle)라고 부르며, 주향 방향을 기준으로 하여 단층면을 따라서 반시계방향으로 각도를 측정한다. 단층의 주향과 경사가 같더라도 상반과 하반의 상대적인 움직임 차이, 즉 면선각의 차이로 인해 정단층과 역단층이 구분된다. 미끌림각은 단층면 위에서 측정하는데, 주향선 방향으로부터 단층이 움직인 방향의 각도를 측정한다. 상반이 위쪽으로 움직이는 역단층의 경우에는 미끌림각이 양의 값을 가지고, 아래쪽으로 움직이는 정단층의 경우에는 음의 값을 가진다. 주향이동 단층의 미끌림각은 0° 또는 ±180°의 값을 가진다. 주향이동 단층의 움직임을 설명할 때는 관찰자가 지표면의 단층선 양쪽에 각각 두 발을 놓고 주향 방향을 바라보면서 서 있다고 가정한다. 관찰자의 왼쪽 암반이 관찰자 쪽으로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움직일 때를 좌수향 주향이동 단층이라 부른다. 만약 관찰자의 오른쪽 암반이 관찰자에게로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움직였다면 우수향 주향이동 단층이 된다.
(내용 출처: 기상청 지진표준교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