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낮은 기온도 무서웠지만 산꼭대기 정면에서 몰아치는 북풍은 더 가공스러웠고, 그 중 가장 심한 건 바람 잔 날도 내가 흐르는 골짜기로 내려가면 습도 때문에 진짜 지옥이 따로 없었지.

야간 순찰 도는데 병사 하나가 초소 벽에 엎어져 흐느끼고 있어. 너 왜 그러나 하니까 이 녀석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왈, "추워서요."

군포서 깡패 두목 하다 삼청교육대 끌려가서 죽을 고생 다 하고 입대한 아이였는데, 만성이 되어 버린 성병도 있고 해서 참 괴로웠을 거야. 애초 전방 들어갈 때 중대장은 문제 사병이니까 두고 가자고 했는데 내가 우겨서 데리고 갔지만, 봄이 되니까 결국 불안했던지 상급부대에서 직권으로 뒤로 빼 버리더군.

김형성 2011-10-22 06:27:38

음 여담이지만 제가사는 천안두 가끔 영하 20도부근까지 떨어집니다. 단 이때는 눈이 덮힌상태에서 복사냉각이 클 때죠!

윤용준 2011-10-22 00:43:23

전방뿐만아니라 후방인 용인도 만만치 않았죠!!
전대리 인근에 진지로 올라갔는데 겨울철 영하 25도를 넘나들더군요. ㅡ.ㅡ
용인이 이런데 전방은 오죽더 춥겠습니까ㅋ

윤용준 2011-10-22 00:39:40

생각보다 별로네.

내가 전방에서 군대생활 할 땐, 겨울철 바깥 기온이 영하 22~26도에 막사 안은 화목으로 벌겋게 달군 난로가 있어도 코너의 내 방 안은 영하 10도였거든. 옷 다 입은 채 침낭에 들어가서 모포 7장 정도 덮고 잤지. 그래도 발은 시려서 10분 이내는 잠들 수가 없어.
밤에 난로 앞에 서 있으면 앞이 따뜻해도 등은 시릴 정도였지.

아침이 되면 천장에 고드름이 주렁주렁하고, 해가 뜨면 그 끝에서 얼굴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기 때문에 늦잠을 절대 잘 수 없었지. 게다가 어떤 밤은 밖에서 늑대 울음소리도 들리고 말이야. 백과사전 같은 데 보면 우리나라 늑대가 1960년대엔가 이미 멸종했다고 나오지만 난 그거 다 구라인 줄 알아.

서울도 요 몇 년 사이엔 영하 15도 정도까지 쉬 내려가지만, 실제로 체험해 보면 영하 15도하고 20도는 수치상으론 5도 차이지만 느낌은 천양지차야. 그땐 영하 15도 정도면 포근하고 내복 없이도 살만하다고 생각했지만, 20도가 넘어가면서부턴 끔찍해. 영하 25도 이하의 맑은 밤엔 천지가 쨍하고 얼어 터지는 것 같았지. 그래서 난 동천(冬天)이란 말을 참 싫어해.

김형성 2011-10-21 18:0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