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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 만난 사람] 조석준 기상청장

등록일 : 2011/06/13 조회수 6597

“기상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날로 높아지면서 더 이상 과거의 추세를 근거로 현재 날씨를 추정할 수 없다. 레이더 자료를 공동 활용해 레이더 관측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예보 정확도를 높이겠다." 조석준 기상청장이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구온난화로 인한 예보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선제적인 단기 예보, 타 부처와의 융합행정, 기상외교 확대 및 민간 기상산업 육성 등 기상청의 주요 정책 방향을 밝혔다. 다음은 6월 11일 매일경제신문의 보도 내용 전문.

매경이 만난 사람, 조석준 기상청장


대학에서 날씨를 전공했다. 군대도 전공을 살려 공군으로, 그것도 기상장교로 가서 대위까지 달고 전역했다. 국내 최초의 기상전문 기자로 4년간 기상예보와 기상행정을 취재했고, 이후 비슷한 기간에 브라운관에서 오늘ㆍ내일 날씨를 시청자들에게 전했다. 언론ㆍ정부ㆍ협회ㆍ대학ㆍ기업을 넘나들며 40년 가까이 기상 외길을 걸어온 조석준 기상청장(57) 얘기다.

 

올해 2월 9대 기상청장으로 취임한 그는 취임 약 한 달 만인 3월 11일부터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 폭발로 국민의 태산 같은 방사성물질 걱정을 진화해야 했다. 요오드나 세슘 같은 물질이 대한해협을 건너올지, 지구를 한바퀴 돌아서 올지 전전긍긍했던 여론 탓에 차관급인 기상청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대통령 단독 대면 보고까지 했다. 지난달에는 2007년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획득한 세계기상기구(WMO) 집행이사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벌여야 했다.

 

겨울과 봄을 지내고 초여름을 맞은 조 청장을 지난 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다사다난했던 `잔인한` 봄에 지칠 법도 했지만 1970년대 중반 서울대 문리대 축구부 주장으로서 서울 동숭동과 신림동 캠퍼스의 그라운드를 누볐던 체력과 열정은 1시간가량의 인터뷰에서도 발휘됐다.

 

▶과거 기상 수치 의미 없어…`뉴 노멀` 시대 왔다

선축(先蹴)인 기자는 날씨 전망부터 물었다. 기왕의 예보대로 하면 올여름 우리나라에는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리고 무더울 것이다. 6~7월엔 집중호우가 내리겠으며 8월에는 찜통더위가 계속되겠다. 태풍은 11~12개가 발생하는데 이 중 한두 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이다. 질문과 함께 볼 주도권이 넘어갔다. 조 청장은 "이제 더 이상 평년치는 의미가 없다"며 지금을 기상의 `뉴 노멀(New normal)` 시대로 규정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지구온난화로 갑작스러운 기상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날로 높아지면서 그간 기온이나 강수량 기준으로 사용돼온 `평년` 개념의 실효성이 거의 없어졌다는 게 조 청장의 분석이다. 통상 지난 30년간 기온이나 강수량의 평균치인 평년 기온ㆍ강수량을 기준으로 해서는 현재 기상 상태를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하늘이 변화무쌍해졌다는 얘기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최근 10년에서 5년, 심지어는 현재를 평균으로 보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미국의 경우 올해에만 벌써 1000개가 넘는 토네이도가 발생해 500명 이상이 사망했지만 미국 학자들은 이를 두고 기상이변이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 아예 "이게 새로운 평균(New normal)"이라고 본다는 것. 한 해 한 해가 새로운 연신우연신(年新又年新), 하루하루가 새로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하늘이 펼쳐지고 있다는 얘기다.

 

"더 이상 과거의 기상 추세를 근거로 현재의 날씨를 추정할 수 없다"는 조 청장은 "정말 걱정해야 할 문제는 이마저도 넘어서는 비정상적인(abnormal) 재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상적인 날씨 변화는 현재 수준의 방재 시스템으로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며 "문제는 2002년 태풍 `루사`나 지난해 추석 아시아를 강타한 태풍 `메기`처럼 갑작스러운 대형 재난"이라고 했다. 루사나 메기를 넘어서는 비정상적인 `하이퍼 재해` 사태도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다고 조 청장은 강조했다.

 

이 같은 인식에 따라 조 청장은 기왕의 평년 개념에 바탕을 둔 계절별 날씨 전망을 꾸준히 내놓는 한편, 갑작스러운 기상이변에 최대한 대처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단기 예보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당장 일본의 방사성물질이 태풍을 타고 국내에 상륙할 가능성에 대한 검토에도 착수했다. 이 같은 전략을 구상하는 그에게 지난달 30일 취항한 톤수 총 498t의 국내 최초 기상관측선 `기상1호`가 신임 작전 참모로 나섰다.

 

▶올여름 예보는 달라지나

위험 기상현상 전조가 나타나는 근해에서 기상관측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상1호는 당장 올여름 서해에서 24시간 이후의 집중호우를 예측하는 척후병 역할을 하게 된다. 최고 16.5노트(약 시속 31㎞)로 서해 어느 지역이든 10시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는 발 빠른 기동력을 갖고 있는 이 척후병은 이미 열흘 넘게 서해의 길목을 지키고 있다. 편서풍을 타고 동진하는 폭우나 폭설, 황사 같은 일기(日氣)를 포착하라는 조 청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배가 좀 작아요." 기대만큼 아쉬움도 나타냈다. 1500~2000t에 육박하는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의 기상관측선과 달리 500t 미만의 기상1호는 악천후 때는 피항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바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때도 망망대해에서 꿋꿋하게 관측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인 톤수다. 조 청장은 "1호선의 운항 결과를 바탕으로 2호선, 3호선을 점차 취항한 후 일본 중국처럼 큰 톤수의 배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은 서해상에서 활동하는 1200~3000t급 해군 1ㆍ2급함의 관측 결과를 공유함으로써 기온이나 기압 측정 같은 단순 관측의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도 전했다.

 

▶관측 사각지대 없앤다

이 같은 융합행정은 바다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상청은 5년 안에 육지 내 관측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목표로 최근 국방부, 국토해양부와 레이더 자료 공동 활용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6월 국방부,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와 `기상ㆍ강우 레이더 공동 활용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위험기상 감시와 기상예보용으로 기상청이 갖고 있는 기상ㆍ강우 레이더는 연구용(무안) 1대를 제외하고 모두 11대. 구덕산, 백령도, 강릉, 진도, 영종도 등 대부분 해안가나 높은 산에 위치한 이 레이더는 반경 400~480㎞의 넓은 영역을 관측할 수 있는 반면, 상공 1.5㎞ 이내의 세밀한 관측에는 취약하다. 하지만 수자원 관리와 홍수 예보를 위한 국토부의 7대 레이더(5대는 설치 중)와 군항공기 이착륙 등 군사작전을 위한 국방부의 9개 레이더가 기상청 레이더와 힘을 합치면 이 같은 관측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

 

높게 나는 새처럼 멀리 볼 수 있는 기상청의 레이더와 등잔 밑 어두운 부분까지 보는 내륙의 국방부, 국토부 레이더의 공동 활용체계 구축을 위해 5년간 무려 205억여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 중 95%에 달하는 190억여 원의 투자를 맡은 기상청 책임자는 범부처적 레이더 공동 활용에 대해 "각자 싸온 도시락을 한데 놓고 나눠 먹는 식"이라고 평가했다. 조 청장이 "정보 공유뿐 아니라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고 자부한 이번 레이더 자료 공동 활용 시스템은 오는 22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26차 회의에서 정부 융합행정 우수 사례로 소개될 예정이다.

 

기상청은 기상청대로 태백산맥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레이더 관측 사각지대를 해소함으로써 기상 예보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방부나 국토부도 기상청 레이더의 원거리 관측 자료를 군사작전이나 수자원 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

 

조 청장은 레이더 공동 활용이 특히 군사작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풍향 예측의 정확도는 군사작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화생방 공격 상황에서 가스가 어떻게 퍼져나갈지도 기류 분석으로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육해공군 간 이른바 `합동작전`이 강조되는 추세에서 공군뿐 아니라 육군, 해군, 해병대도 기상청 중심의 레이더 공동 활용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조 청장은 자신했다. 기상청의 홍수 예방과 국토부의 수자원 관리라는 정책 목표를 적절히 조율하는 데도 이 같은 융합행정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백두산 폭발, 최악 전제로 대처

조 청장의 시야는 휴전선 이북으로도 향해 있다. 밑면적이 전라북도만 한 백두산이 수년 혹은 수십 년 안에 폭발한다는 학계 주장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북한의 제안으로 지난 3~4월 두 차례에 걸쳐 민간 전문가 회의가 열렸다.

 

그는 "화산 분화는 과학적ㆍ자연적 영향과 정치적ㆍ사회적 영향 등 여러 방면에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기상청은 과학적ㆍ자연적 변화와 관련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자료조사와 정보수집을 바탕으로 등급(폭발 규모)별 예상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통일부와 협의해 북한 중국과 공동 대응하겠다고 조 청장은 전했다.

 

그의 기상외교 범위는 한반도와 백두산 인근에서 그치지 않는다. 동북아 기상지진경제공동체 건설은 그가 국가적 어젠더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함께 내건 핵심 정책목표다. 기상기술 원조로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쌓은 대외 신인도와 서서히 싹을 틔워가는 국내 민간 기상산업을 발판 삼아 기상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도 조 청장은 갖고 있다.

 

"서울 장충체육관을 지어준 필리핀에 이제 우리가 기상원조를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투자를 유도해 국산 레이더 등 자체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세계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실제로 STX엔진, LG CNS 등 자산 규모 1조~2조원대 대기업들이 최근 민간 기상사업자로 등록하는 등 대기업들의 기상 분야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세계기상기구(WMO) 집행이사 선출로 전천후 기상외교를 추구하는 조 청장은 날개를 달았다. 지난 6~8일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63차 WMO 집행이사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기상기술은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라며 "재난 예방 경험이 풍부한 선진국형 기상 조직으로 기상청을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He is…

△1954년 충남 공주 출생 △1977년 서울대 대기학과 △1977~1981년 공군 기상장교 △1981~1984년 한국방송공사(KBS) 기상전문 기자 △1985~1987년 코카콜라코리아 홍보마케팅과장 △1987~2001년 KBS 기상캐스터 △1994~1995년 농림부 기상자문역 △1999~2001년 웨더뉴스채널 부사장 △2005~2009년 한국기상산업진흥원 이사 △2006~2009년 한국기상협회 자연재해예방포럼 사무총장 △2008~2010년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지속경영교육원장 △2011년 2월~현재 제9대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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